[새무역질서 한국의 득실(上)]값싼 수입농산물 몰려올듯

  • 입력 2001년 11월 14일 23시 01분


뉴라운드 농업협상에서 시장개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각료선언문이 확정됨에 따라 한국의 농업은 중장기적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이번 선언문은 앞으로 시작될 농업협상의 전체적인 범위와 방향만을 결정했을 뿐이어서 세부협상에 들어가봐야 실제 미칠 영향이 나타날 전망. 그러나 쌀을 포함한 대부분의 농산물이 국제적 가격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한국은 어떤 방향으로 협상이 진전되더라도 국내 농업은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上)값싼 수입농산물 몰려올듯
- (中)수출 10년간 224억달러 늘어
- (下)통신개방 독과점 방지 필수

▼개도국 지휘 흔들려▼

▽우루과이라운드(UR)와 뭐가 다른가〓이번 각료선언문 대로라면 1995년 시행된 UR보다 뉴라운드의 농산물 협상은 관세의 감축폭도 커지고 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UR는 농업부문 관세 및 보조금을 ‘실질적이고 점진적인(substantial progressive)’ 감축을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이번 선언문은 ‘점진적인’이라는 표현을 뺀 채 채택됐기 때문이다.

UR가 ‘점진적 감축’이라는 표현에 근거해 한국에 제시했던 관세율 인하폭은 10년간 24%. 뉴라운드 후속협상에서 결정될 관세율 인하폭은 이보다 커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UR 이후 선진국들은 ‘6년간 36%’나 관세율을 낮췄다.

또 2004년 쌀 재협상에서 UR 당시 인정받았던 ‘개발도상국’ 지위유지를 통해 계속 관세감축폭을 줄이려던 한국의 목표도 흔들리게 됐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한국이 무슨 개도국이냐”는 다른 선진국들의 비난을 피할 변명도 더욱 군색해질 전망이다.

관세인하와 함께 염려되는 것은 농업분야의 보조금 부분. 세계무역기구(WTO)는 농업생산을 지원하는 일체의 정부 보조금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논농업직불제 등 WTO가 허용하는 소득보조를 늘려 농업을 지원할 계획이지만 예산에 대한 부담 등을 고려할 때 개방확대의 충격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보조금도 크게 줄듯▼

이번 각료회의에서 한국은 수산물 분야에서도 ‘뒤통수’를 맞았다. 미국 호주 등 수산물 보조금 철폐를 주장하는 ‘피셔 프랜즈 그룹’은 수자원의 고갈을 가져오는 주범으로 각국 수산분야 ‘보조금’을 들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켰다. 규제대상 어업보조금 1873억원 외에 5000억원 규모의 선박 면세유와 2000억원의 저리융자금을 계속 지원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2004년이후 중대고비▼

▽언제 영향 받을까〓UR협상이 끝나는 2004년까지 한국의 농산물은 일단 평균 60%대인 높은 관세율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러나 뉴라운드의 영향을 받아 농업부문의 관세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후속협상이 진행될 경우 값싼 수입농산물에 급속도로 시장을 내줄 전망이다.

농림부 송주호(宋朱鎬) 국제협력과장은 “각료 선언문이 당장 한국 농업에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보조금이나 관세를 더 낮춰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면서 “2004년이 되면 한국은 완전 관세화를 받아들이거나 수입의무물량을 대폭 늘릴 것인지 양단 간의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산물 분야는 추가협상을 통해 2005년 이후 실질적인 제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정부 보조금 중단으로 가구당 평균 1400만원대에 이르는 부채를 안고 있는 어민들의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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