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류업계 기상마케팅 붐 "날씨를 알면 돈이 보인다"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45분


“오늘은 날씨가 추우니 ‘코트’를 디스플레이하세요.”

패션의류 제조판매회사 ㈜데무 영업기획부 직원 4명은 출근하자마자 가장 먼저 사무실 한쪽 벽에 걸린 ‘날씨판’을 확인한다. 그리고 메일이나 전화로 백화점 등 주요 매장에 ‘오늘의 디스플레이법’을 알려준다.

이 회사는 올해는 가을이 짧고 겨울이 일찍 찾아올 것이란 날씨 전망에 따라 니트 3600장을 일찍 출시해 61%를 판매하는 ‘특수’를 누렸다. 패션 의류 업계에선 신상품을 50% 이상 판매하면 ‘성공작’으로 평가한다.

패션 의류업계에 ‘날씨 마케팅’ 도입 붐이 일고 있다.

8일 현재 매출액 100억원 이상 규모의 패션 의류업체 중 100여개 업체가 날씨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올 1월 폭설이 내린 이후 패션 의류업계는 앞다퉈 기상정보서비스업체로부터 장기예보 등 날씨정보 서비스를 받기 시작했다.

날씨정보회사 케이웨더㈜ 박흥록 기획팀장은 “상당수의 패션 의류업체가 기온 강수량 강수일수 등에 따라 소재 선택은 물론 생산량과 디자인 등을 조정하는 등 ‘날씨 경영’에 각별한 신경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크레송은 총 물량의 50% 이상을 주간기획에 따른 생산으로 돌려 기온변화에 신속히 대처, 전년 대비 매출액 20%를 신장시켰다. 지오다노는 올 여름 비오는 날이 평년에 비해 늘어난다는 기상정보에 따라 방수 소재로 만든 ‘윈드 브레이커’ 생산을 전년 대비 30% 늘려 전량 판매했다.

해외 의류 패션업체의 날씨 마케팅 활용은 보다 다양하다.

일본 패션업체 유니크로는 2001년 가을과 겨울 사이의 ‘간절기’가 유난히 길어질 것이란 장기예보를 활용, 얇고 포근한 소재인 폴라폴리스 점퍼 1500만장을 보름 만에 팔아치웠다.

미국 의류업체인 헬리 한센은 아예 매장 건물 옥상에 기후측정장비를 설치해 기온 습도 등에 따라 옷의 진열을 수시로 바꿔 매출을 늘렸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영국 패션전문 유통업체인 막스&스펜서는 지난해말 주주총회에서 날씨 경영에 서툴렀다는 이유로 최고경영자(CEO)를 해임했다. 날씨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의류 생산량을 늘려 재고부담을 증가시킨 게 ‘죄’였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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