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단경영 여전하다〓보고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대기업집단 내 출자-피출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30대 대기업 집단이 97∼2000 회계연도 중 집행한 32조6000억원의 신규출자액 중 41.2%인 13조4500억원이 적자 계열사에 대해 이뤄졌다고 집계했다.
4대 그룹의 경우 3대 핵심사업에 대한 출자가 98년 65%에서 2000년까지 거의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 신규출자액 중 35%는 사업다각화에 지원했던 것으로 풀이됐다.
이 기간중 부도난 거평 고합 뉴코아 대우 등 재벌들의 적자계열사에 대한 출자 비중은 66%로 나타나 존속그룹의 27%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현대 출자가 가장 위험〓계열사 출자를 주도한 4대 그룹 중 현대가 적자계열사에 대한 출자비중이 48.4%에 이르러 ‘위험한’ 출자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는 피출자증가액 총규모가 다른 그룹보다 1조5000억∼2조5000억원이나 많은 7조원대로 부실계열사에 대한 비정상적 지원이 도산의 주요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SK그룹은 매출액대비 순이익 비중이 5%가 넘는 우량 계열사에 대한 출자증가액이 44.5%로 나타나 가장 수익성에 맞춰 계열사 출자를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흑자계열사에 대한 출자비중이 높은 그룹은 LG 삼성 순으로 나타났다.
▽재계의 반론〓재계는 통계분석의 이면에 숨어있는 정책환경을 살펴봐야 한다는 주문. 전경련 이승철 상무는 “당시 정부의 부채비율 가이드라인 200%에 맞추고 계열사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선 주력사들의 적자사에 대한 출자지원이 불가피했다”며 “출자 전후의 재무상태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리하고 싶어도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적 기업풍토”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보고서를 작성한 이동걸 연구위원은 “재벌들이 선단경영을 포기한다면 출자지원을 하지 않고도 부채비율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이 많았다”며 “재벌들이 부실계열사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회복이 늦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뜨거운 감자’, 출자총액제한제도〓대그룹들이 순자산의 25%를 넘어 계열사 출자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는 98년 폐지됐다. 그러나 99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부의 재벌세습을 차단하겠다는 ‘5+3’원칙을 천명한 후 부활돼 2002년 3월 시행에 앞서 대그룹들은 당장 출자한도 초과분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
이 같은 개혁논리는 최근 경기진작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재정경제부 등 정부 일각으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도 조건부 수정의지를 밝힌 상태. 보고서는 “대기업집단의 출자 피출자 관행이 최소한의 합리성을 보일 때까지 제도적 장치를 유지할필요가있다”고 강조해 정재계의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박래정·이나연기자>ecopark@donga.com
30대 대기업집단 계열사간 1997~2000년간 신규출자액 수익성 (단위:원,%, 자료:금융연구원) | |||
- | 적자기업/비율 | 소액흑자기업/비율 | 흑자기업/비율 |
삼성 | 1조3197억/29.7 | 2조2187억/50.0 | 9012억/20.0 |
현대 | 3조4029억/48.4 | 3조 77억/42.8 | 6194억/8.8 |
LG | 1조1163억/20.4 | 3조2292억/58.8 | 1조1393억/20.8 |
SK | 7560억/16.0 | 1조8702억/39.5 | 2조1086억/44.5 |
소계(1∼4위) | 6조5949억/30.4 | 10조3258억/47.6 | 4조7686억/22.0 |
한진 | 488억/5.1 | 4796억/50.1 | 4299억/44.9 |
롯데 | 423억/10.9 | 2657억/68.6 | 794억/20.5 |
금호 | 3129억/50.7 | 900억/14.6 | 2146억/34.8 |
한화 | 1585억/20.1 | 2996억/38.0 | 3313억/42.0 |
두산 | 928억/19.2 | 1533억/31.8 | 2366억/49.0 |
쌍용 | 5866억/69.3 | 2593억/30.6 | 7억/0.1 |
현대정유 | 456억/100.0 | - | - |
한솔 | 8503억/85.1 | 626억/6.3 | 861억/8.6 |
동부 | 505억/36.4 | 767억/55.2 | 117억/8.4 |
대림 | 337억/21.4 | 748억/47.4 | 492억/31.2 |
동양 | 3977억/53.4 | 1247억/16.8 | 2219억/29.8 |
효성 | 96억/29.7 | 77억/23.9 | 150억/46.4 |
제일제당 | 1659억/52.1 | 1047억/32.9 | 480억/15.1 |
코오롱 | 1476억/51.7 | 951억/33.3 | 426억/14.9 |
동국제강 | 327억/23.5 | 1039억/74.8 | 23억/1.7 |
신세계 | 140억/73.7 | 50억/26.3 | - |
영풍 | 11억/100.0 | - | - |
고합 | 1406억/93.3 | 100억/6.7 | - |
소계(5∼30위) | 3조1312억/44.0 | 2조2127억/31.1 | 1조7693억/24.9 |
총계(1∼30위) | 9조7261억/33.8 | 12조5385억/43.5 | 6조5379억/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