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기업, 부실 계열사 지원 여전

  • 입력 2001년 11월 4일 18시 58분


대그룹들의 부실 계열사 출자지원 행태가 재벌개혁에도 불구하고 거의 고쳐지지 않아 현정권 초기 정부와 대그룹간에 약속한 ‘주력산업 위주의 구조조정’ 이 무색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금융연구원의 잠정보고서 ‘재벌그룹의 출자 행태 분석’에 따른 것으로 ‘재벌규제 완화’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선단경영 여전하다〓보고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대기업집단 내 출자-피출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30대 대기업 집단이 97∼2000 회계연도 중 집행한 32조6000억원의 신규출자액 중 41.2%인 13조4500억원이 적자 계열사에 대해 이뤄졌다고 집계했다.

4대 그룹의 경우 3대 핵심사업에 대한 출자가 98년 65%에서 2000년까지 거의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 신규출자액 중 35%는 사업다각화에 지원했던 것으로 풀이됐다.

이 기간중 부도난 거평 고합 뉴코아 대우 등 재벌들의 적자계열사에 대한 출자 비중은 66%로 나타나 존속그룹의 27%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현대 출자가 가장 위험〓계열사 출자를 주도한 4대 그룹 중 현대가 적자계열사에 대한 출자비중이 48.4%에 이르러 ‘위험한’ 출자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는 피출자증가액 총규모가 다른 그룹보다 1조5000억∼2조5000억원이나 많은 7조원대로 부실계열사에 대한 비정상적 지원이 도산의 주요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SK그룹은 매출액대비 순이익 비중이 5%가 넘는 우량 계열사에 대한 출자증가액이 44.5%로 나타나 가장 수익성에 맞춰 계열사 출자를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흑자계열사에 대한 출자비중이 높은 그룹은 LG 삼성 순으로 나타났다.

▽재계의 반론〓재계는 통계분석의 이면에 숨어있는 정책환경을 살펴봐야 한다는 주문. 전경련 이승철 상무는 “당시 정부의 부채비율 가이드라인 200%에 맞추고 계열사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선 주력사들의 적자사에 대한 출자지원이 불가피했다”며 “출자 전후의 재무상태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리하고 싶어도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적 기업풍토”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보고서를 작성한 이동걸 연구위원은 “재벌들이 선단경영을 포기한다면 출자지원을 하지 않고도 부채비율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이 많았다”며 “재벌들이 부실계열사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회복이 늦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뜨거운 감자’, 출자총액제한제도〓대그룹들이 순자산의 25%를 넘어 계열사 출자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는 98년 폐지됐다. 그러나 99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부의 재벌세습을 차단하겠다는 ‘5+3’원칙을 천명한 후 부활돼 2002년 3월 시행에 앞서 대그룹들은 당장 출자한도 초과분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

이 같은 개혁논리는 최근 경기진작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재정경제부 등 정부 일각으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도 조건부 수정의지를 밝힌 상태. 보고서는 “대기업집단의 출자 피출자 관행이 최소한의 합리성을 보일 때까지 제도적 장치를 유지할필요가있다”고 강조해 정재계의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박래정·이나연기자>ecopark@donga.com

30대 대기업집단 계열사간 1997~2000년간 신규출자액 수익성
(단위:원,%, 자료:금융연구원)
-적자기업/비율소액흑자기업/비율흑자기업/비율
삼성1조3197억/29.72조2187억/50.0 9012억/20.0
현대3조4029억/48.43조 77억/42.8 6194억/8.8
LG1조1163억/20.43조2292억/58.81조1393억/20.8
SK 7560억/16.01조8702억/39.52조1086억/44.5
소계(1∼4위)6조5949억/30.410조3258억/47.64조7686억/22.0
한진 488억/5.1 4796억/50.1 4299억/44.9
롯데 423억/10.9 2657억/68.6 794억/20.5
금호 3129억/50.7 900억/14.6 2146억/34.8
한화 1585억/20.1 2996억/38.0 3313억/42.0
두산 928억/19.2 1533억/31.8 2366억/49.0
쌍용 5866억/69.3 2593억/30.6 7억/0.1
현대정유 456억/100.0--
한솔 8503억/85.1 626억/6.3 861억/8.6
동부 505억/36.4 767억/55.2 117억/8.4
대림 337억/21.4 748억/47.4 492억/31.2
동양 3977억/53.4 1247억/16.8 2219억/29.8
효성 96억/29.7 77억/23.9 150억/46.4
제일제당 1659억/52.1 1047억/32.9 480억/15.1
코오롱 1476억/51.7 951억/33.3 426억/14.9
동국제강 327억/23.5 1039억/74.8 23억/1.7
신세계 140억/73.7 50억/26.3-
영풍 11억/100.0--
고합 1406억/93.3 100억/6.7-
소계(5∼30위)3조1312억/44.02조2127억/31.11조7693억/24.9
총계(1∼30위)9조7261억/33.812조5385억/43.56조5379억/22.7
*30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된 거평, 대상, 대우, 동아, 새한, 신호, 아남, 진로, 한라, 해태그룹은 제외.
*소액흑자기업은 매출액 순이익률이 0~0.05인 기업. 즉 100만원어치 물건을 팔아 0~5만원의 흑자를 낸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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