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사상최대폭 인하]경기부양 약효는 불투명

  • 입력 2001년 9월 19일 19시 31분



3·4분기 경제성장률이 낮으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전년동기대비 0.5% 성장은 예상 밖의 수치로서 큰 충격이다. 여기에다 미국 테러사태라는 돌발악재까지 터져 우리 경제의 앞날은 더욱 어두워진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19일 전격적으로 콜금리를 인하하기는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나빠지고 있는 경기를 붙잡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9월 들어 15일까지 수출은 전년동기보다 8.3%나 감소했다. 작년에 추석연휴가 9월10∼13일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감소율은 20%를 넘어 7월부터 3개월 연속 20%를 초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3·4분기 성장률 0.5%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후인 98년 4·4분기의 -5.9% 이후 가장 낮은 것. 이는 또한 테러로 인한 경기후퇴효과를 감안하지 않은 숫자로 경기가 4·4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도 더 이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전철환 한은 총재는 “이번 테러로 경제가 예상보다 나빠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국제 공조에 동참〓테러 후 전 세계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거의 비슷한 시간에 금리를 대폭 내리고 있다. 17일밤(한국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0.5%포인트 내린 것을 시작으로 유럽중앙은행(ECB) 캐나다 스웨덴 대만 홍콩 영국 일본 등 12개국이 금리를 내렸다. 때문에 이번 금리인하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각국의 노력에 협조한다는 측면도 있다. 이 같은 국제공조는 이례적인 일. 85년 플라자협정 때는 선진5개국만의 일이었으며 동남아시아 통화위기와 러시아 위기로 국제금융시장이 위기에 빠졌을 98년 8월에도 선진7개국이 금리를 내리기까지는 무려 3개월이나 걸렸다.

▽효과는 미지수〓한은의 콜금리인하는 즉각 시중은행의 수신금리 인하를 가져왔다. 3년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도 전날보다 0.23%포인트 떨어진 연 4.67%에 마감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금리인하러시가 일어나고 있다.

한은은 이번에 콜금리와 함께 총액대출금리도 함께 내렸기 때문에 은행의 대출금리도 곧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떨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대출금리가 내려도 설비투자로 쉬 이어지지 않아 경기활성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제한적이다.

한은이 주가안정을 위해 동시호가 접수가 시작되는 19일 오전 8시에 금리인하를 발표하겠다고 선수를 쳤으나 주식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개장 초 종합주가지수가 1.27포인트나 떨어진 것. 한때 7포인트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결국 1.8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사장은 “금리 인하로 채권수익률은 떨어질 수 있으나 주가는 미국 주식시장과 전쟁 장기화 우려 등으로 오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작용 최소화가 과제〓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이미 마이너스로 떨어진 상황에서 금리를 더 떨어뜨림으로써 시중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되거나 물가가 불안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예상된다. 미국의 보복전쟁이 본격화돼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엔 물가는 오르고 성장률은 떨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마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삼성금융연구소 정기영 소장은 “시중자금이 단기부동화돼 풍부한 자금이 설비투자로 연결되지 못하고 금리생활자들의 소득이 줄어 소비가 위축됨으로써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가뜩이나 역마진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생명보험회사 가운데 일부는 경영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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