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쌀 증산정책 왜 포기했나]소비 줄어 재고 산더미

  • 입력 2001년 9월 4일 23시 10분


농림부가 4일 발표한 ‘쌀산업 발전 종합대책’의 핵심은 양곡정책을 ‘증산’에서 ‘적정 생산’으로 바꾸는 것이다. 또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 쌀 재협상에 대비해 추곡수매제를 전면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쌀은 생산과잉과 소비 부진으로 올해말 재고가 적정량(550만섬)보다 2배 가량 많은 1000만섬에 이를 전망이다. 그런데도 쌀값은 동남아산보다 최고 9배 비싸다. 정부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책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는 것. 결국 건국 이래 유지한 ‘주곡 자급을 통한 국민식량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쌀 증산정책을 포기한 것.

쌀은 작년 농가소득의 24%, 농업소득의 52%를 차지했다. 그러나 도시가구 지출에서 차지하는 쌀의 비중은 86년 8.9%에서 작년 2.1%로 급감했다. 도시가구는 한달 평균 쌀 구입비로 3만9000원을 쓸 뿐이다.

쌀 소비량은 줄었지만 농약과 농업기술 발달로 쌀농사는 최근 5년 연속 풍년이었다. 여기에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결과에 따라 의무수입해야 하는 쌀의 양은 올해 89만섬(국내소비량의 2.5%)에서 2004년 143만섬(4%)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증산정책을 포기하는 대신 ‘질적 향상’을 도모할 방침이다. 현행 추곡수매등급 기준을 양에서 질로 바꾸고 미질이 좋은 품종을 보급해 고품질 벼 재배면적을 올해 22%에서 2005년까지 50%로 늘릴 계획.

정치권은 쌀이 남아도는데도 농민 표를 의식해 매년 4∼5% 수매가를 올려왔다. 이 때문에 국내 쌀값은 미국이나 중국산보다 6배, 태국 등 동남아산보다 9배 정도 높아졌다는 것.

이 밖에 정부는 ㏊당 20만∼30만원 수준인 논농업직불제 단가를 두 배로 올리는 등 농민들의 소득안정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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