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언론들 한국정부 대북-경제정책 잇따라 비판

  • 입력 2001년 8월 22일 22시 52분


한국이 햇볕정책에 집착하다가 경제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는 등 외국 언론의 비판적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영자주간지 ‘아시아 위크’는 ‘동결’이라는 제목의 최신호(24일자) 기사에서 “북한을 오랫동안 지원했으나 얻은 것이 별로 없는데다 국민의 지지도 잃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풀이 죽었다”면서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측은 아마 한국 경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 위크는 “남한의 수년간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여전히 고집스럽다”면서 “김 대통령이 햇볕정책에 집착하는 이유는 임기말 대통령에겐 정치적 업적을 지탱하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잡지는 또 한국이 경제개혁에 노력을 쏟는 대신 북한에 집착한 결과 그 영향은 매우 심각하다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작년의 8.8%에 비해 낮은 4% 수준일 것으로 전망되며 여전히 재벌 구조개혁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을 들었다.

아시아 위크는 이어 “김 대통령은 대우그룹 처리와는 달리 특히 현대그룹 계열사를 살리려고 애쓰는 것도 현대가 대북정책을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3년 동안 남한은 북한에 3억달러(약 3850억원)의 물적 지원을 했으나 정상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그 뒤의 노벨상이 있었을 뿐 북한측과의 관계정상화는 거두지 못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은 실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22일 올해 2·4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앞으로 수개월 동안 경제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아 한국의 개혁 정책에 장애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신문은 JP 모건 경제분석가의 말을 인용해 “세계적인 반도체 경기와 미국 경기회복이 한국경제 회복에 핵심 변수이지만 더 중요한 요인은 한국 내의 부실화된 부분을 해결하는 경제구조 개혁의 실천”이라고 지적하고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부실 금융기관 기업부문 개혁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지금 거의 ‘증발’돼 버린 상태라고 전문가들이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7월 수출실적은 1년 전에 비해 20% 줄어들었으며 이는 34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격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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