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매각 대안 의미는]GM압박용인가 협상실패인가

  • 입력 2001년 8월 17일 18시 26분


정부는 대우자동차의 매각 시한을 8월 말로 잡았다. 그리고 매각 실무책임자인 정건용(鄭健溶) 산업은행총재 이외엔 누구도 이에 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매각시한이 불과 열흘 남짓한 지금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것도 정 산은총재가 아닌, 경제관료에게서 ‘매각 실패’ ‘대안준비’등의 얘기가 들리고 있다.


한국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진념 경제부총리와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대우차 매각을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 매각실패에 대비한 대안을 갖고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이는 정부가 직접 나서 미국 제너럴 모터스(GM)가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혀 GM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왜냐하면 GM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한국보다 협상전략이 훨씬 뛰어난 데다 제일은행 매각때처럼 성급하게 시한을 못박는 것은 협상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매각협상 물 건너갔나〓경제장관들의 이런 발언으로 최대관건인 부평공장에 대해 분리매각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회사분할을 통해 부평공장을 독립법인으로 만든 뒤 독자생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부평공장은 채산성이 낮은 중대형차를 주로 생산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연구개발(R&D) 및 설비교체 자금을 채권단이 언제까지 지원할 수 있는가가 의문시된다.

부평공장은 자산부채양도(P&A)를 통해 대우차에서 분리된다 하더라도 생산원가가 판매가격보다 높기 때문에 영업적자를 볼 것이 뻔해 독자생존은 어렵다는 것.

게다가 대우차 노조와 정치권은 부평공장 분리매각이 공장폐쇄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이들에게 어떤 유인책을 줄지도 의문시된다.

부평공장을 제외하고도 대우차 자산가격을 놓고 GM과 의견차가 너무 커 협상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8월 말까지 협상을 마무리짓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안은 무엇인가〓정부가 생각하는 대안은 크게 △국내외 기관에 위탁경영 △채권단의 대규모 부채탕감을 통한 독자생존으로 요약된다. 경영정상화후 제값을 받고 팔겠다는 것이지만 이런 전철을 밟은 서울은행 대한생명의 매각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이렇게 되면 대우차 부실은 고스란히 채권단과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채권단은 이미 대손충당금을 80%가량 쌓아 추가손실부담이 크지 않지만 워크아웃 이후 신규자금지원 2조원과 대우그룹 부도로 휘청거린 은행을 살리기 위해 투입한 수조원의 공적자금도 회수가 불가능해진다. 또 외국인투자자들이 대우차 처리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부채탕감을 통해 대우차를 살린다면 대외신인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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