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워크아웃 35곳 공자금으로 연명…시장불안만 키워

  • 입력 2001년 8월 7일 23시 28분


98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1호로 선정된 고합은 3년이 지난 지금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은 회사를 분할해 섬유 등 비핵심사업은 분리매각하고 석유화학 등 핵심사업은 유지한다는 방침만 세웠을 뿐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태다.

채권단은 두 차례에 걸쳐 출자전환과 이자감면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회사는 정상화되지 않았고 한빛은행은 추가로 1조원 출자전환을 시도했으나 채권단회의에서 부결됐다.

김대중 대통령이 워크아웃 조기종료를 지시한 것은 이처럼 지지부진한 워크아웃 대상 기업을 가능한 한 빨리 정리하라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워크아웃 대상업체 중 살아날 기업은 조속히 졸업시키고 회생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정리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재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곳은 대우계열 14개, 비(非)대우 계열 21개사 등 35개사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6개사의 조기졸업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들은 영업이익에서 금융비용 등을 뺀 경상이익이 흑자이거나 현금흐름이 좋은 곳”이라며 “퇴출되는 기업은 법정관리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워크아웃은 ‘회생가능성은 높지만 일시적으로 유동성위기에 몰린 기업을 선정해 살린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그 의미가 많이 변질돼왔다.

대우중공업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날 등은 기업분할을 통해 성공적으로 살아났으나 동아건설과 우방처럼 시간만 끌며 은행부실과 시장불안만 키웠던 기업도 많았다. 워크아웃제도는 전체 채권단의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 진행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늦다는 것이 최대단점. 또 시중은행들이 출자전환 몫을 줄이기 위해 회사의 향후 영업실적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예상해 과감한 채무조정을 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워크아웃제도는 작년말로 막을 내리고 채권금융기관 자율로 상시퇴출시스템을 가동하는 것과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대체됐다.

김 대통령의 지시는 정부가 9월말까지 시장불안요인을 제거하겠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회생가능성이 불투명한데도 시간만 끌며 공적자금을 받아 가는 기업을 정리해야만 ‘구조조정과 경기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실기업의 처리방침 확정이 다소 빨라질 수 있지만 은행들이 목숨만 간신히 연장시켜왔던 기업을 이제 와서 퇴출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두영·이헌진기자>nirvana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