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지지부진 문제점]민영화 소극적

  • 입력 2001년 8월 7일 18시 20분


《증권연구원의 공기업 민영화정책 평가는 한마디로 ‘소규모 공기업은 성공, 핵심 대형공기업은 부진’으로 요약된다. 문제는 나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대형 공기업의 경우 앞으로도 민영화전망이 아주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핵심 공기업 민영화는 ‘실패작’〓증권연구원은 소규모 공기업 민영화에는 대체로 후한 점수를 줬다. 한국종합기술금융 국정교과서 대한송유관공사 등은 완전 민영화됐고 한국종합화학은 청산절차가 진행중이다.

그러나 공기업 개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형 공기업 중에선 포철과 한국중공업만 민영화가 마무리됐다. 담배인삼공사 한국통신 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는 민영화작업이 부진하다. 증권연구원은 이들 대형 공기업의 향후 민영화 작업도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환란 직후에는 공기업 민영화 필요성에 대한 절박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추진작업이 느슨해졌다는 것. 특히 99년 이후엔 신속한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덩달아 정부의 추진의지도 상당히 약해졌다는 평가이다.

▽부처 이기주의까지 겹친 탓〓증권연구원은 공기업 민영화작업이 ‘게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로 6가지를 지적했다.

우선 △공기업 민영화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고 △민영화된 공기업의 소유 및 지배구조에 대한 청사진이 없으며 △정부부처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정부주식을 매각해야 하는 시기와 대상, 방법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고 △독점폐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도 허술한 것으로 지적됐다.

주요 공기업 민영화 계획 대비 추진실적

대상 공기업추진계획추진실적
한국통신-세계적 통신사업자에 총주식의
15% 신주 매각(전략적 제휴)
-신주발행 포함 총주식의 18%를 해외시장에 매각
-2000년말까지 정부지분 33.4%
-2002년 상반기까지 정부지분 전량매각
-전략적 제휴 아직 이뤄지지 않음
-주식예탁증서(DR) 발행(99년5월26일) ,총주식의 14.4%
-2000년말 정부지분 59%
-2001년 2월 국내매각 사실상 실패
-DR발행(2001년6월28일), 총주식의 17.8%
담배인삼공사-2000년까지 정부지분과 은행 현물출자분 매각으로 완전 민영화
-2000년에 동일인지분한도 및 담배제조독점권 폐지
-DR매각 실패, 완전민영화 미실현
-외국인 한도 확대(25%→35%)
한전-98년 하반기 정부지분 5% 매각
-발전과 송배전 분리해 발전부문부터 조기 민영화
-DR 매각(99년3월26일)
-전력산업 구조개편 법안 공표(2000년12월23일) 및
발전자회사분리(2001년4월2일)
-구체적 매각계획 없음
한국중공업-해외 선진업체와 제휴
-지분매각을 통한 완전 민영화
-전략적 제휴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음
-2000년 12월 12일 지배주주를 두산으로 하여 민영화 완료
한국가스공사-증자후 단계적 민영화
-2000년까지 국내외 기업 및 일반에게 증자지분 매각
-해외 매각 실패
-뚜렷한 민영화실적 없음
포항제철-정부 및 산은지분 26.7%를 내외국인에게 매각, 완전 민영화
-외국인 투자한도 폐지 및 2001년 동일인 소유한도 폐지
-2000년 9월 29일 민영화 완료
-모두 폐지됨

특히 민영화를 추진하는 정부 부처 내에서도 민영화의 필요성과 시기, 방법 등 각론을 놓고 서로 딴 목소리를 내고 있어 민영화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연구원측의 진단이다.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는 신속한 민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산업자원부 등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에서는 해당 공기업을 정책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유혹 때문에 민영화 작업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또 국고(國庫)를 담당하는 재정경제부는 주식을 높은 가격에만 팔려고 하고 있어 입장 조율이 어렵고 해당 공기업 경영진과 노조의 저항도 민영화작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汎)부처간 정책조율 이뤄져야〓증권연구원은 정부관련 부처와 공기업 경영진 및 노동조합 등의 이해관계가 워낙 다른데다 현 체제로서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영화작업은 기획예산처 소관이지만 실제 추진계획 수립은 각 주무부처가 핵심역할을 하고 있고 재경부도 국고담당 부처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정책적 합의를 이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조성훈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민영화 이후 공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청사진을 밝히고 범정부 차원에서 일관된 민영화 정책 방향을 세워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가 최종 의사결정권과 책임을 지도록 역할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경섭(金敬燮)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장은 "공기업 민영화를 제대로 하려면 시기조절이 필요하며 외국업체와 전략적 제휴도 단계가 있는 만큼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며 "증권연구원 보고서는 정책추진 부처의 고민과 고뇌를 충분히 담지 못한 수박 겉핥기식 연구결과" 라고 평가했다.

김실장은 "한국통신 등 남아있는 5개 공기업은 민영화추진위원회에서 확정한 계획에 따라 차질없이 민영화를 추진할 것" 이라고 말했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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