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성장률 하향배경…세계경제 불투명-금융불안등 악재

  • 입력 2001년 7월 19일 18시 48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 들어 두 번째로 성장 물가 경상수지 등 각종 거시지표를 수정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가 여전히 불투명한 데다 불안한 국제금융시장의 불똥을 한국경제가 피해 나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KDI는 이처럼 하반기 한국경제를 다소 어둡게 내다봤다. 내수는 살아나고 있지만 수출이 부진하고 금융시장의 구조적인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내년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도 부담요인으로 꼽혔다. 정치논리가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거시지표 왜 하향조정했나〓대내외 여건이 그만큼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KDI는 미국의 경기회복이 늦어지고 일본의 경기침체가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연합(EU) 경제도 비관적 전망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는 것. 미국 경기하강을 주도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산업의 침체는 바로 한국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미국과 일본 EU경제에 대한 성장률 전망을 일제히 낮춰 잡았다. 이런 어려운 상황인 데다 부실기업 처리가 늦어지고 기업들의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못해 하반기 거시지표를 고쳤다는 것.

▽통화·재정정책과 기업·금융정책 방향〓통화정책을 신축적으로 펼 것을 권고했다.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인플레이션 목표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재정정책은 제한적인 범위내에서 펴야 한다는 주문이다.

상반기에 배정된 재정자금이 실질적으로 민간부문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독려하고 추경예산을 짜더라도 조기에 예산집행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KDI의 분석.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기에 앞서 구조조정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장가동률이 75%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서 민간투자를 다그치는 것은 가동률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조조정과 경기진작 병행 권고〓KDI는 하반기 중 대외변수를 심각하게 진단하면서도 정책방향은 재경부의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과 비슷한 맥락이다. 신축적 통화정책과 추경의 조기집행 등을 핵심적인 경기조절 대책으로 삼은 것도 현 경제팀의 경제정책과 유사한 대목. 박병원(朴炳元)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제품이 아직 팔리지도 않았는데 신제품을 자꾸 내놓으라는 것은 무리”라며 추가적인 경기조절 대책은 상황을 봐가면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준일(金俊逸) KDI 거시경제팀장은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은 선후를 따지는 별개사안이 아니다”며 “경기진작과는 별도로 구조조정은 중단없이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해·박중현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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