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현대 이번엔 油化 '생사기로'

  • 입력 2001년 6월 18일 18시 37분


현대석유화학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채권단은 대주주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신규자금을 지원하지 않거나 완전감자에 동의하지 않으면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대유화의 대주주는 현대중공업 49.9%, 현대자동차 15.0%, 현대건설 11.63%, 현대산업개발 9.5% 등 구 현대그룹계열사들.

채권단은 현재 진행중인 공장매각이나 외자유치가 늦어도 이달 말까지 가시적인 결과가 나와야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왜 이렇게 됐나〓97년부터 충남 서산에 있는 제2공장을 무리하게 증설하면서 1조7000억원의 부채가 생긴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이어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접어들면서 석유화학 경기가 침체됐고 현대계열사의 유동성위기마저 발생해 과도한 부채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영업이익은 이자비용의 3분의 1에 불과해 자산매각과 매출현금으로 이자를 갚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아서 앤더슨의 실사 결과 총자산이 2조8000억원으로 총부채(2조6000억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독자생존은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

자구(自救)를 위해 추진중인 SM(스티렌 모노머)공장 매각은 한때 독일 바스프(BASF)사가 인수후보로 거론됐다가 사실상 중단됐다.

지분참여방식의 외자유치는 덴마크 석유화학회사인 보레알리스가 채권단의 출자전환 및 신규자금지원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번째 인수후보였던 호남석유화학과의 협상은 별 진척이 없다.

▽대주주 책임 안 지면 법정관리〓아서 앤더슨은 채권단 출자전환 및 대주주 자금지원으로 4000억원을 마련하고 모든 부채의 만기를 2003년 이후로 연장해야 살아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대주주들이 자금을 지원할 의사가 별로 없어 보여 대주주 지분감자 후 출자전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며 “대주주가 감자조차 반대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대유화는 3월말 현재 유동부채(1년 내에 갚아야 할 부채)가 유동자산(현금화가 용이한 자산) 1조4091억원보다 많아 채권단 지원규모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따라서 구 현대그룹이 갖고 있는 회사채 2000억원을 출자전환대상에 포함시키거나 아예 탕감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