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석연찮은 김우중씨 고발…한달 넘도록 쉬쉬

  • 입력 2001년 5월 25일 18시 12분


공정거래위원회가 4월 11일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하고서도 언론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정위는 그동안 ‘경제검찰’을 자처하면서 국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세세한 부분에까지 칼자루를 휘둘러왔다. 최근 교복업체나 대형 할인점 등에 대해서는 담당 국장이 기자설명회를 자청하며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엄중히 대처했다. 교복업체의 경우 실무자들까지 검찰에 고발됐다.

이런 전례를 감안한다면 김전회장에 대한 처리는 검찰 고발이라는 실제 행동과 달리 상황에 지나치게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보도 자료 내지 않은 검찰 고발은 처음〓공정위 전직 관료 상당수는 “정상적인 업무 처리라면 김전회장 검찰 고발 건은 당연히 보도 자료를 통해 위장 계열사를 만든 수법을 밝히고 대기업들의 위장 계열사 은폐 행동에 대해 철퇴를 가한다는 선언을 했어야 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우그룹 경영 실패의 경우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 것은 상식이라는 것.

공정위는 그러나 4월2일 전원회의에서 검찰 고발을 결정하고서도 언론에 알릴 생각을 하지 않았고 실제 검찰에 고발한 4월 11일에도 입을 다물었다.

▽‘홈페이지에 올렸다’ 해명〓오성환(吳晟煥) 공정위 독점국장은 “고발할 때 대우그룹은 이미 해체됐고 김우중씨도 공정거래법 외에 형법의 횡령죄 등 다른 법을 어긴 혐의로 이미 검찰에 고발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없어진 그룹인데다 이미 ‘실패한 경영인’으로 찍힌 재벌 총수의 잘못을 두고 다시 알릴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오국장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으므로 숨기고자 한 의도는 절대 없다”고 덧붙였다.

▽신문고시 제정과 시기 겹쳐〓4월초는 신문고시(告示)가 규제개혁위원회에 올려져 정부와 민간 규개위원들간에 뜨거운 공방이 일고 있었던 시점이다. 3월말까지 하기로 한 신문사 조사도 20여일 연장된 상황이었다.

한 경제 분석가는 “공정위가 신문사 조사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국민에게 알려야 할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전회장에 대한 전원회의 의결 서명자는 이남기(李南基)위원장과 김병일(金炳日)부위원장, 김용(金湧) 서승일(徐承一) 박상조(朴相祚) 상임위원, 정명택(鄭命澤) 이성순(李成舜) 이임성(李壬成) 윤창호(尹暢晧) 비상임위원 등 9명이다.

<최영해·박중현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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