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M→ODM '단순하청' 지고 '기술하청' 뜬다

  • 입력 2001년 3월 20일 18시 51분


‘이제는 OEM에서 ODM으로.’

국내 제조업체의 기술이 한단계 높아지면서 제조업자설계생산(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방식으로 수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ODM은 주문자가 요구하는 기술을 자체개발, 납품하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다. 주문자가 건네준 설계도에 따라 단순 생산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방식에 비해 크게 발전한 것.

ODM은 그동안 대기업들이 주로 도입했다. 마이크로파 대신 빛을 열원으로 하는 광전자 레이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LG전자나 GE 등 선진국 기업에 가전제품을 공급하는 삼성전자가 전형적인 예.

최근에는 벤처기업과 중소제조업체들도 ODM에 나서고 있다. 휴대전화기 제조업체인 팬택은 미국 모토로라의 주문에 따라 2.5세대 이동전화서비스(cdma 2000―1X)용 휴대전화기를 생산해 납품하고 있다. 이 제품 겉에는 모토로라 상표가 부착된다. 하지만 제조는 물론 연구개발 설계 디자인까지 팬택이 도맡았다.

자체 개발했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 판매하는 일부 휴대전화기에 대해서는 개발 로열티까지 받고 있다.

팬택의 박정대 사장은 “ODM방식의 제품 공급은 부품을 사들이는 데도 제조업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원가를 낮출 수 있고 공급가에 개발비를 추가한다는 점에서 고부가 가치형 생산체제”라고 말했다. 팬택은 이를 위해 기술개발인력을 대거 보강하고 연구소를 서울 중심의 여의도로 이전하는 등 ‘연구 우대정책’을 펴고 있다.

텔슨전자를 포함한 다른 휴대전화기 제조업체들도 핀란드의 노키아 등 선진국에 제품을 공급할 때는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두 국내에서 끝내고 있다. 텔슨전자 정홍식 회장은 “핵심기술과 디자인을 개발하지 않고는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없다”며 “앞으로는 자체개발에 의한 고유 모델과 브랜드 개발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83년부터 MP3플레이어 개발에 착수한 벤처기업 ㈜테라는 19일 3300만달러 규모의 MP3 디코딩 칩 솔루션을 홍콩의 스타라이트그룹에 수출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 솔루션은 MP3 CD 플레이어의 핵심 기술로 테라는 개발 로열티까지 받고 스타라이트에 공급하기로 했다. 테라가 생산한 MP3 플레이어 완제품 80만대도 함께 수출된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이두환 국제협력부장은 “한국이 ODM시대를 맞게 된 것은 이젠 중소기업의 제품 생산력과 기술개발력이 선진국 수준에 올랐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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