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감원바람 한국상륙, 기업구조조정 일상화

  • 입력 2001년 2월 15일 18시 46분


“미국 상공에서 형성된 먹구름이 태평양을 건너 서서히 한반도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대량감원 발표를 강건너 불보듯 할 일이 아니다.”

A그룹 구조조정본부의 한 임원은 15일 “경기침체가 계속돼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또한번 구조조정을 해야 할 처지”라며 “올해 노사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심한 진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자동차는 16일부터 1700여명을 정리 해고할 방침을 굳혔고

현대건설 등 현대 계열사들은 이미 작년 말부터 인력을 내보내고 있다. 금융권도 상반기에 은행 통폐합과 보험 증권 등 제2금융권의 재편과정에서 감원 한파가 몰아닥치지나 않을까 걱정한다.

정부는 이달중 실업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하고 연간 실업률도 당초 목표인 3%대를 넘어 4%대로 올라갈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감원 진원지는 대우차와 현대〓대우차 경영진은 작년 10월말 기준으로 6884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이제 이를 본격화하겠다는 것.

현대건설은 지난해말 직원 수를 7000명에서 2월말까지 5000명으로 줄이기로 채권단에 약속한 뒤 사업부 분사 등을 통한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현대전자는 반도체를 뺀 나머지 사업부문을 떼어 내고 임직원 수를 2만2000명에서 1만7000명으로 줄이겠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낸 삼성도 e삼성 계열의 인터넷 업체에 대해 그룹의 ‘수익성 중시’ 원칙을 적용, 계열업체의 통합화를 통해 잉여 인력을 내보기로 했다. 석유화학 화섬면방 시멘트 농기계 전기로 제지 등 공급과잉에 따라 자율 구조조정에 나선 7개 업종도 남아도는 설비를 줄이는 과정에서 인력조정이 예상된다.

▽‘소리 없이 자른다’〓최근 ‘한국판’ 감원의 특징은 1만명 이상의 대규모 인력을 공개적으로 내보내는 미국과는 달리 상시적으로, 소리 소문 없이 이뤄진다는 점. 전경련 최정기 고용복지팀장은 “외환 위기 직후에는 상황이 워낙 급해 기업들이 대량 감원을 단행했지만 이제는 감원일변도의 고용 조정에 대한 반감이 커져 가급적 조용히 내보내려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은 작년말 종합화학 엔지니어링 테크윈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계열사의 중간간부급을 중심으로 명예퇴직 등을 실시해 인력을 감축했다.

주요 그룹들은 올해의 인력조정 일정이나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내외 여건이 워낙 불투명해 경영전략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이므로 인력 수급을 둘러싼 판단도 미룰 수밖에 없다는 것. 재계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비주력 계열사에서는 수시 감원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재·하임숙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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