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노선 배분 특혜 논란

  • 입력 2001년 2월 11일 18시 44분


정부의 여객기 노선 배분 등 항공운항 정책이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돼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시장점유율을 일방적으로 정하는가 하면 ‘수익노선’에 대한 운항권을 특정 업체에 우선 배분하는 것은 공권력 남용사례라는 것.

11일 본보가 입수한 건설교통부의 ‘국제항공 정책방향’이라는 내부 문건에 따르면 ‘아국항공사간 운항규모 비율이 최소한 6 대 4 정도가 될 수 있는 공정경쟁 환경을 조속히 조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책방향은 ‘양 항공사간 운항횟수 격차가 매우 큰 경우에는 증편분을 열세 항공사에 우선 배분하여 격차를 줄인다’고 밝히고 있다. 99년 7월 마련된 이같은 정부 방침 등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여객노선 배분은 98년 35건 대 28건에서 99년엔 6건 대 17건이었다.

LG경제연구원의 오문석 경제연구센터장은 “독과점을 막기 위해 특정 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일정 범위 이하로 제한하는 등의 산업정책은 있을 수 있으나 정부가 민간기업의 시장점유율을 수치로 정해 놓고 관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책방향’은 또 ‘신규노선 배분에 있어 장거리 노선은 대한항공에, 단거리 노선은 아시아나에 우선 배려한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국제 여객노선중 중국 일본과 일부 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을 제외하면 미주 유럽 등 장거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양사의 대부분 노선이 적자상태다.

이 같은 신규노선 배분방침은 ‘수익노선은 아시아나에, 적자노선은 대한항공’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공무원들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한다.

건교부 고위관계자는 “그러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제2 민항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본과 대만에서도 후발업체를 집중육성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의 장성지(張星支) 상무는 “아시아나도 파리 런던 등 장거리 노선을 원하고 있으나 취항하지 못하고 있다”며 “장단거리 노선을 비수익 수익노선으로 나누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을 거쳐가는 일본이나 동남아 고객처럼 장거리와 단거리 노선이 연계되는 경우 장거리 노선이 있어야 단거리 노선 승객 유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89년 아시아나항공을 인가해 제2 민항체제에 들어선 후 정부는 제2 민항사 육성을 위해 ‘정기항공운송사업자 지도 육성지침’을 마련, 일본과 동남아 신규노선에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을 2 대 1로 배분하는 등의 정책을 폈다.

94년에는 아시아나의 취항지역 확대 등을 위해 지침을 개정해 ‘국적항공사 경쟁력 강화지침’으로 바꿨다. 그러나 강화지침은 복수 취항에 따른 조건 등이 문제가 돼 98년 폐지됐다. ‘정책방향’은 강화지침이 폐기된 후 마련됐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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