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産 제품의 경쟁력]세계시장 1등 55개 불과

  • 입력 2001년 2월 11일 18시 27분


한국산 제품이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의 진열대에서 빠른 속도로 밀려나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기계 등 한국이 선진국과 겨뤄볼 만하다고 내세우는 주력 업종조차 2, 3개 품목을 빼고는 세계 10위권 밖으로 처져 있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눈앞의 외형 성장에만 급급해 연구개발(R&D) 노력을 소홀히 한 탓”이라며 “국부(國富)의 기반인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선진국에 밀리고 후발국에 추월당하는 2류 국가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소 32개국 3500품목 분석▼

11일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원장 좌승희)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는 품목은 3500여개 공산품 가운데 55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중국 대만 등 32개 나라의 공산품 무역통계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세계1위 제품수는 독일이 669개로 가장 많고 미국(618개) 일본(354개)의 순이며 한국은 경쟁국인 중국(306개) 대만(206개)보다 훨씬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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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경우 23개 차종 가운데 한국은 배기량 1000∼1500㏄급 소형 승용차와 콘크리트믹서 운반차에서 3위, 덤프차 부문에서 5위에 올랐다. 반면 부가가치가 높은 1500∼3000㏄급과 3000㏄ 초과 고급 승용차는 10위와 11위에 머물렀다.

자동차 부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트랜스미션 20위 △승용차 차체 22위 △브레이크 라이닝 25위 등으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현격했다. 기계 업종은 원자로와 창문형 공기조절기가 1위에 올랐지만 선박추진용 증기터빈과 엔진은 7위, 연료 급유용 펌프는 9위에 그쳤다.

반도체는 메모리 D램 분야에서 점유율 40%로 선두이지만 세계 반도체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비메모리는 기술력이 워낙 취약해 2% 미만의 점유율을 보였다.

한경연 박승록 연구위원은 한국이 1위인 품목의 특징으로 △범용제품이어서 기술수준이 높지 않아도 되고 △외국산 원재료를 단순 가공하는 성격이며 △제품 개개의 부가가치가 높지 않고 △진입장벽이 낮아 후발국과의 경쟁이 치열한 점 등을 꼽았다.

한경연은 최근 청와대와 관계부처에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붕괴된 제조업 기반을 재구축하려면 기업들의 R&D 투자를 장려하고 공공부문에도 동참하는 방향으로 산업정책의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원재·하임숙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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