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라즈와니 한국피앤지사장 "나는 설거지 도사"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59분


“동아시아 국가 남자들 중에서도 한국 남편들이 설거지를 제일 안하는 축에 속합니다. 설거지에 재미 붙이세요. 가정이 편안해 집니다.”

한국피앤지의 앨 라즈와니 사장(43). 절약형 세제 ‘조이’의 판촉을 위해 1월 한달간 벌이고 있는 ‘1일 도우미 서비스’의 설거지 도우미로 설연휴 직전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부근 한 아파트를 찾았다. 집 주인 김현주씨(60)가 아파트 같은 동의 주부들이 모여 다과회 겸 반상회를 한다며 도움을 청했기 때문.

팔을 걷어부치고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거리에 다가선 라즈와니 사장. 설거지에 얽힌 자신의 다채로운 ‘이력’을 소개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인도 집안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랐고 미국과 대만에서 근무하며 각국의 설거지를 해봤어요. 캐나다에 살 때는 맞벌이하는 아내와 살며 날마다 설거지를 했죠. 지난해 5월 한국에 온 뒤에는 한국남자를 닮는 걸까요. 회수가 좀 줄었어요. 하지만 주말에는 주로 제가 설거지를 하죠.”

직접 ‘도우미’가 돼 일반 가정을 방문하는 이유는 판촉 외에도 소비자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제품개발에 참고하기 위해서. “기름기가 그릇에 많이 눌러붙는 한국의 설거지거리는 ‘커리’를 즐겨 먹는 인도와 비슷해요. 저희 회사 세제가 ‘기름 때에 효과가 크다’는 걸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식기가 다른나라 그릇보다 오목해서 식기세척기만으로는 깨끗이 씻기지 않는게 한국 식기의 특징입니다. 한국 주부들 너무 힘듭니다. 명절이나 제사같이 가족모임이 많고 서양의 가정보다 음식을 많이 만들어 먹기 때문입니다.”

한국 설거지에 대한 이해를 위해 한국 음식 배우기에도 열성이다. 지난해 11월말에는 서울 한국의 집에서 주한 외국인들이 다수 참가한 ‘사랑의 김치 만들기’행사를 주도해 김치를 직접 담가서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88마당에서 젊은 부부들을 다수 참여시켜 남편들이 직접 설거지를 해보도록 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연두색 앞치마로 팽팽히 배를 감싸고 모자까지 챙겨 쓴 라즈와니 사장. 솥뚜껑만한 손으로 조심스레 그릇을 집어들며 축적해온 설거지 노하우를 하나씩 풀어놨다. “기름때가 많은 프라이팬에는 소금을 뿌려서 기름기를 제거한 뒤에 닦으면 좋아요. 음식이 눌러붙은 그릇이나 고기를 구운 프라이팬은 물과 식초를 넣고 푹 끓여서 스폰지로 문지르면 되죠.”

고무장갑도 안끼고 설거지를 시작한 라즈와니 사장에게 ‘주부습진’은 걱정없냐고 물었다. “저희 세제는 장갑을 안껴도 피부를 보호해주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라며 슬쩍 자사제품을 자랑. 마지막으로 라즈와니 사장은 덧붙였다. “세제는 한두방울만 쓰세요. 한국 주부들 세제를 너무 많이 씁니다. 환경 생각해야죠.”

▼P&G는 어떤 회사▼

‘프락터 앤드 갬블’사의 약자. 1837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동서지간인 윌리엄 프락터와 제임스 갬블이 양초와 비누제품을 만들며 시작된 회사. 현재 세계 70여개 국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300여개의 브랜드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철저하게 소비자 중심의 생활용품에만 손대는 회사. 1989년 서통과 합작으로 국내 영업을 개시했으며 1993년 출자분을 전액 인수해 한국피앤지로 상호를 변경했다. 1997년 10월에는 쌍용제지를 인수. 아이보리비누, 위스퍼 생리대, 팸퍼스기저귀, 브렌닥스치약, 비달사순샴푸, 화장품 SK―Ⅱ, 주방용세제조이 등 생활용품과 스낵인 프링글스 등을 국내에 선보이고 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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