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 채권단-삼성그룹 "타협점 찾기 힘드네"

  • 입력 2001년 1월 27일 18시 36분


은행권이 삼성자동차의 부채 2조4500억원의 해결을 위해 담보로 받아둔 삼성생명 주식을 처분하기 위한 구체적 절차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29, 30일경 운영위원회를 열고 임의매각할 매각 주간사를 선정한다. 신청서를 낸 곳은 아서앤더슨 등 6개 기관. 한빛은행 김종욱 상무는 27일 “매각 주간사가 평가한 삼성생명의 가치가 주당 70만원에 못미칠 경우엔 삼성측에 ‘삼성그룹이 삼성차 채무를 책임진다’는 합의서 이행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의매각, 잘 될까〓채권단은 ‘당초 합의대로 이건희 회장과 삼성계열사가 삼성차의 부채 2조4500억원을 갚으라’는 주장이지만 삼성측은 당시 법규에 어긋나는 잘못된 합의를 한 것으로 삼성생명 담보주식 400만주(주당 70만원으로 평가) 이외엔 더 이상 부담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양측은 ‘법적 대응’까지 언급하며 강경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채권단이 담보 주식의 매각에 나선 것. 그러나 임의매각의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 지난 1년 동안 삼성측이 나서 약 400만달러의 비용을 들여가며 매각하려 했지만 적당한 매수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요즘 증시 상황까지 좋지 않다.

▽타협점은 어디서〓주식매각과는 별도로 합의서 이행에 대한 채권단과 삼성측의 이견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관계자들은 문제해결을 위해 양측의 양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삼성계열사가 책임지지 못한다면 당초 문제의 해법대로 이건희 회장이 400만주 이외의 추가 출연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양자의 ‘법적 대응’ 엄포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모두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만큼 실제로 송사를 벌이지는 않으리라는 전망도 있다.

채권단으로서는 소송을 할 경우 계열사 상호지급보증이 제한된 상황에서 삼성차와는 무관한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차 부채의 일부를 떠맡기로 한 99년 8월 양자합의가 무효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33)의 경영참여를 눈앞에 두고 고심중인 삼성그룹으로서도 이 문제가 시끄러워지는 것이 전혀 달갑지 않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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