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상승…급추락…'롤러코스터 경제' 올 최고 話頭

  • 입력 2000년 12월 28일 18시 31분


새 밀레니엄의 시작인 2000년 1월 1일. 화두(話頭)는 단연 Y2K(컴퓨터의 2000년 인식오류 문제)였다. 많은 이들이 Y2K 때문에 금융거래가 마비되지나 않을까 조바심냈다. 그러나 무사히 넘어갔다.

그리고 1년. 금융거래는 ‘진짜로’ 마비됐다. 국민 주택은행 파업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올해 경제계는 유독 상승과 하락의 반전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주가는 코스닥지수 300을 얘기하다 지금 50을 간신히 지키고 있고 구인난도 잠시, 실업자가 넘치고 있다. 그 차이가 아찔하게 곡예하는 놀이공원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 키워드는 ‘롤러코스터 경제’〓한 중견그룹 임원은 “올해는 상반기와 하반기가 이보다 더 아찔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머리를 흔들었다. 상반기만 해도 경기과열을 염려할 정도로 호황의 단꿈에 젖어 있다가 갑작스러운 경기침체와 자금압박에 빠진 현실이 실감나지 않는다는 것.

확실히 출발은 순탄했다. 새 천년과 신경제의 희망이 넘쳐났다. 벤처 열풍으로 연초 서울 강남엔 사무실이 동났다. 테헤란로 주요 빌딩을 벤처기업들이 차지하면서 공실률은 0%에 가까웠다. 벤처 열풍이 거세지자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벤처기업을 키우는 토양”이라는 자화자찬 분석이 나왔다. 코스닥을 중심으로 ‘대박의 꿈’을 좇는 ‘묻지마 투자’가 유행한 것도 이때부터.

▽‘왕자의 난’으로 얼룩진 재계〓3월 정몽구 정몽헌 형제 갈등이 불거지면서 거함 ‘현대호’가 서서히 비틀거렸다. 현대사태로 자본시장의 메커니즘이 교란되면서 중견기업들의 돈줄이 말랐다. 그동안 애써 감춰왔던 금융부문의 부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반기가 가까워 오면서 일부 벤처기업인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무역수지가 나빠지는 것과 맞물려 경기도 냉각되기 시작했다. 태풍시즌이 지날 무렵, 포드의 대우자동차 인수포기 선언이 한국 경제를 강타했다. 대우가 99년에 이어 다시 한국 경제의 ‘뜨거운 감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공장을 돌려도 손해이고, 세워도 문제인 대우차 처리는 결국 내년으로 넘어갔다.

▽여전한 화두, ‘구조조정’〓정부 금융계 재계는 물론 가정주부까지 1년 내내 구조조정에 대한 강박증에 시달렸다. 구호는 난무했지만 실천은 미미했다.

경제장관들의 잦은 말 바꾸기가 가뜩이나 부진한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향후 6개월에서 1년이 구조조정의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경제장관들은 연말을 기업 금융 구조조정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절감한 국민은 공적자금 40조원을 추가로 조성한다는 발표도 순순히 받아들였다. 52개 부실기업이 퇴출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구조조정만큼은 올해로 마감될 수 없는 우리 경제의 여전한 최대 화두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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