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실직시대... 창업으로 돌파구를" 소자본 창업박람회 20

  • 입력 2000년 11월 30일 20시 37분


“지난 여름 10년 넘게 다니던 여행사에서 퇴직해 당장 뭐라도 시작해야 할 상황입니다. 올해 초 주식에 손을 댔다가 몇 천만원 까먹는 바람에 자본이 충분치 않아 걱정이죠. 자그마한 ‘테이크 아웃’ 커피전문점을 하나 해보고 싶어요. 창업 외에는 ‘돌파구’가 없거든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종합전시장 제2전시관에서 ‘소자본 창업박람회 2000’행사가 개막된 30일 오후. 참가업체 부스들을 주의 깊게 둘러보던 전모씨(38·서울 금천구 시흥동)는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속내를 털어놨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직후 전성기를 맞았다가 99년 들어 잠잠했던 창업 관련 행사가 다시 대규모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기업퇴출 및 금융권 구조조정으로 퇴직자들이 크게 늘어난 데다 주식시장이 휘청거리면서 투자기회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소자본 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 자신의 중견 의류업체가 부도난 뒤 3년째 쉬면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는 송모씨(52·서울 서초구 반포2동). 친지 4, 5명이 뜻을 모아 김포쪽에 땅을 사서 작은 건물을 세우고 2, 3층에 거주하며 공동으로 창업점포를 내겠다는 열망을 품고 이곳을 찾았다.

송씨는 “몇 년간 창업 아이템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 저 혼자 해서는 절대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가족들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주거비와 인건비를 줄여 몇 개의 창업점포를 동시에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에 참가한 업체는 68개. 다양한 프랜차이즈 및 소규모 창업 아이템들을 선보이고 있다. 예년에 창업 아이템의 40% 이상을 차지하던 외식업체의 비중이 15% 정도로 줄고 디지털사진을 이용해 액세서리나 인테리어소품을 만들어주는 아이템이 30% 이상을 차지해 두드러지게 많아졌다. 이 밖에 향수 방향제 형광벽지 등을 판매하는 생활용품점, 건강용품 의료기 등을 무점포로 판매하는 아이템 등이 눈에 띈다. 외식업종의 경우에도 비교적 작은 평수로 가능하거나 ‘테이크 아웃’형태로 아이스크림 만두 커피 도시락 등을 팔아 임대료를 줄일 수 있는 품목이 대종. 임대료를 제외한 투자비는 다소 증가해 디지털 사진관 등은 신규 시설비만 2800만∼4500만원 정도.

기협중앙회 소상공인지원단의 박권태부장은 “독립점포를 내려면 과도한 임대료와 권리금을 내야해 위험성이 큰 만큼 대형 슈퍼마켓이나 상가에서 1.5∼2평 정도의 작은 공간을 빌려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형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행사가 열리는 3일까지 기협중앙회가 운영하는 창업상담관에서는 창업자원지원 등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며 90여 개 업체에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취업알선센터도 설치됐다. 1, 2일에는 오후 3시부터 창업자금 지원제도와 창업아이템 선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설명회도 열릴 예정.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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