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급한 불만 껐다

  • 입력 2000년 11월 16일 18시 43분


MK와 MH가 화해하고 서산농장 매각 문제가 풀리면서 현대건설이 자력갱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는 발등의 불을 끄는 것일 뿐 현대건설의 취약한 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기엔 부족하다.

현대건설측은 이번 자구계획으로 1조원 가량의 유동자금을 확보, 10월말 현재 5조2000억원이 넘는 차입금 규모를 연말까지 4조3000억원 정도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다.

현대건설의 연간 매출이 7조원, 영업이익률이 6.5% 정도이므로 연간 영업이익은 4500억원 가량. 차입금 규모가 4조원대로 떨어지면 영업이익으로 충분히 이자를 갚아나갈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원금까지 상환하는 등 경영이 정상화된다.

그러나 이번에 1조원 가량의 부채를 갚을 경우 이자보상배율 등 수익성은 좋아지지만 부채비율 등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불안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

현대의 자구계획이 주로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등 자산을 팔아 부채를 갚는 것인데 파는 자산들의 시가가 장부가에 비해 형편없기 때문. 올 상반기 358%였던 부채비율이 자구계획 이행 후에는 500%나 600% 정도로 나빠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더구나 앞으로 수주와 영업이 계속 잘 되어 부채가 늘어나지 않는 조건에서다. 그럼에도 계열사 지분 매각은 당장의 자금 확보라는 필요 외에 장기적으로 현대건설의 앞날을 밝게 한다. 현대건설이 그동안 기하급수적인 빚을 짊어진 것은 영업 때문이 아니라 대주주의 지배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관계사 지분 투자 등에 지나친 지출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지분 매각을 통해 계열 분리가 된다면 현대건설은 본업에 충실할 수 있게 된다.

대우증권의 박용완(朴鏞莞) 연구위원은 “현대건설이 다시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철저히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이 나지 않는 자산은 계속 정리하고 공사를 수주할 때도 규모보다 수익성을 따져야 한다는 것. 반복되는 자금위기를 통해 현대측도 뼈저리게 느꼈듯이 해외 미수금이 한계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과 사업용 자산을 유동화시키려는 노력 등 현금 흐름에 대한 꾸준한 주의도 중요하다.

이 기회에 국내외 최고 수준의 시공능력과 기술, 경험을 가진 현대건설이 다시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튼실한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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