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회생 가닥잡혀]土公-농업기반公 '서산농장' 떠안아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51분


현대건설 자구책의 최대 현안이던 서산농장 매각 문제는 결국 정부가 부담을 떠안음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한국토지공사는 현대건설 대신 서산농장을 일반인에게 팔되 먼저 2100억원을 현대건설에 지급하겠다고 14일 발표했다. 선지급금 2100억원은 토지공사가 주택은행에서 융자를 받아 조달하되 연리 9.5%의 이자는 현대건설이 물도록 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1차분 대금을 받게 돼 숨통이 트이게 됐다.

현대건설로서는 창업주의 소망이 서린 이 땅을 헐값에 팔지 않으면서 긴급 수혈을 받게 된 셈이다. 가능한 한 시가대로 팔 수 있는 일반 매각을 하다가 나머지는 떨이로 정부(농업기반공사)에 팔 수 있는 보장까지 받았다. 토지공사도 피해 부담 없이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외양은 ‘누이 좋고 매부 좋게’ 되었다.

현대건설측에 따르면 14일까지 서산농장 매입 의사를 밝힌 일반인은 2900명, 1억4000만평을 넘어섰다. 이들 중 70%가 농민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땅을 사려면 영농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매각 조건이 까다롭다. 따라서 정부가 용도변경을 하지 않는다면 상당부분을 결국 농업기반공사가 매입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애초에 서산농장은 농업기반공사가 사겠다고 했으나 공시지가의 66%인 2200억∼2300억원 수준이어서 현대가 반발하는 바람에 위탁매각이라는 ‘묘책’이 나왔다. 토지공사와 주택은행이라는 매개체가 생기긴 했지만 1년 뒤에는 다시 농업기반공사로 공이 넘어가게 된 것.

간척지 개발 당시 피해를 본 농어민들이 우선 배분과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미해결 과제로 남았다. 현대건설은 91년 매립면허변경 조건으로 피해 어민들에 대한 우선 분배를 받아들였으나 아직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피해 어민들은 기존의 간척지 매각과 비슷한 조건으로 우선 배분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통상 정부가 간척지를 농민에게 우선 배분할 때는 실거래가보다 낮은 감정가에 장기저리로 분할 납부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현대측은 우선 협의는 하겠으나 시가보다 낮게 팔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농민회 충남도연맹 장수용의장에 따르면 피해 어민들은 서산농장의 3분의 1정도인 1000만평을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도 토지공사와 농업기반공사가 함께 떠안게 됐다.

<신연수·김승진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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