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은 공돈? 감독기능 실종… '퇴직금 잔치'까지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43분


《‘공적(公的)자금은 공돈인가.’ 공적자금을 어디에 썼는지 살피는 사후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부가 부실 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데만 신경을 쏟았지 사후 관리시스템은 형편없다는 것이다. 또 금융구조조정과 기업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실기업이 나올 때마다 임기응변적으로 ‘상황론’을 내세우는 등 주먹구구식 공적자금 계산방법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민에게 추가 공적자금 투입을 과연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많이 받을수록 대접받아 ▼

▽도덕적 해이를 막을 장치가 없다〓공적자금이 들어간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잇따라 터지고 있지만 막을 방법이 제대로 없다.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만들어준 공적자금을 ‘공짜자금’으로 생각하고 공적자금 투입 후 다시 손을 벌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 심지어 일부 은행과 투자신탁회사들은 공적자금 투입직전에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면서 직원들끼리 ‘퇴직금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진이 수시로 바뀌면서 한푼이라도 더 받아오는 경영진이 직원들로부터 우대받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노조가 막강해 강력한 자구노력을 다그치지 못했던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오규택(吳奎澤·한국채권연구원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적자금이 들어갔는데도 경영방식이 이전과 달라진 게 없는 회사들이 수두룩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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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요구액 갈수록 눈덩이 ▼

▽주먹구구식 계산방법〓수시로 바뀌는 공적자금 규모도 큰 논란거리다. 98년 정부가 조성하기로 한 금액은 64조원이었지만 집행과정에서 109조원으로 늘어났다. 이제 와서 40조원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이것도 모자란다고 운을 떼고 있다. 현대건설 문제나 추가 기업퇴출에 대한 규모가 산정되지 않아서라고 한다. 상황이 변했다고 수시로 투입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 대해서는 한마디로 ‘예측력 결핍’이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장순영(張舜榮)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대건설을 여차하면 법정관리에 넣는다고 해놓고서도 현대건설 법정관리에 따른 공적자금 투입분을 계산하지도 않았다는 것은 스스로 모순을 인정하는 꼴”이라면서 “정부가 시나리오별로 공적자금 규모를 계산하고 투명하게 밝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 재경부-금감위 책임 떠넘겨 ▼

▽사후관리 시스템 부재〓공적자금을 받은 금융기관에 대한 사후 관리시스템도 엉성하다. 재경부는 “공적자금 조성과 집행은 재경부가 하지만 사후 감독감시는 시장을 총괄하는 금감위와 금감원 몫”이라고 떠넘긴다. 금감위는 “경영정상화 이행업무는 금융감독원에서 맡지만 출자약정서를 맺는 곳은 예금보험공사이고 예보는 재경부 산하”라고 발뺌한다.

공적자금을 운영 관리하는 예금보험공사 운영위원회와 자산관리공사 경영위원회는 멤버가 공무원 출신 일색이다. 따라서 건전한 감시기능을 하는지가 의문시된다.

우영호(禹英虎)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은 “공적자금 집행과 운영 및 사후관리 전반에 대해 약정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검토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최영해기자> 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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