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重민영화 초읽기]새 주인 누가될까?

  • 입력 2000년 11월 6일 18시 45분


국내 발전설비 부문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중공업의 새 임자는 누가 될 것인가.

민영화되는 한중의 새 주인 찾기가 6일 입찰 신청서 접수를 시작으로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중은 자산 3조6000억원의 매머드 공기업. 90년대 이후 계속 이익을 내고 있는 알짜기업이라 눈독을 들이는 데가 많지만 현재로선 새 주인의 윤곽은 오리무중이다.

한중 매각을 주관하는 산업은행은 10일까지 신청을 받아 17일 적격자 심사를 거쳐 내달 12일 가격을 써내는 입찰을 실시한다. 내달 15일 낙찰업체를 선정해 20일 지분의 36%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할 계획. 낙찰자는 향후 15%의 지분을 더 인수해 지배주주가 된다.

당초 한중 인수 후보로는 현대 삼성이 유력한 것으로 꼽혔지만 정부가 4대 재벌 참여를 배제하면서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새 주인의 후보는 일단 3일 열린 입찰 설명회 참석자를 중심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이날 비공개로 열린 설명회에는 두산 효성 대림 대아건설 세아제강 애경유화 남양기전 등 7개사가 참석했다. 여기에 설명회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동부 한화 대성 등도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유력한 업체는 두산 동부 한화 정도. 이들 대기업은 모두 구조조정을 일찌감치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자금사정에 다소 여유가 있고 새로운 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그룹들이다. 이들은 공식적으로는 인수 검토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오래 전부터 증권가를 중심으로 이들 업체의 인수전 참여설이 나돌았다.

두산 관계자는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고 있고 공작기계를 만드는 두산기계의 업종과도 연관이 있어 입찰 참여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중 영업이익률이 낮은 것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내달 입찰 때까지 철저히 따져보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발전설비와 관련이 있거나 건설업종을 갖고 있는 동부 효성 한화 등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 외에 전혀 의외의 기업들 몫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에너지 전문기업인 대성은 업종 관련성이란 면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회사 덩치가 처지는 일부 중소기업들의 컨소시엄 구성에 의한 인수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한중 인수전이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빠져든 것은 무엇보다 한중 인수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상장된 한중 주가는 현재 액면가에도 못미치는 4000원대로 추락해 있다. 총 1억4000만주의 36%를 사는 데는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2000억원 정도면 충분하다. 작년 10월 한중 민영화 일정을 발표할 때만 해도 공모가 4만원선까지 예상했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헐값’인 셈.

그러나 일부에선 1차 입찰 무산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이 경우 4대 재벌 참여의 길이 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결국 현대와 삼성의 인수전이 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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