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쇼크' 해외파큽 차단 안간힘

  • 입력 2000년 11월 3일 18시 34분


‘오늘 현대 사태가 언제 우리 일이 될지 모른다.’

건설업체 무더기 퇴출 소식이 전해진 3일 각 건설회사의 해외 담당 임직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사태의 파장과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들은 해외 주요 발주처를 방문해 재무 상태를 홍보하기로 하는 등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LG건설의 해외영업팀 이승현 차장은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남들은 경쟁 업체들이 떨려나고 나면 LG나 삼성 대우 등은 반사이익을 얻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해외 공사 부문은 그렇지 않다.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한국의 건설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의 해외토건본부 A과장도 “외국에서 한국을 보는 눈이 아주 안 좋다. 한국의 건설업체는 언제 어디가 무너질지 모르기 때문에 공사를 줄 수 없다고 공공연히 말한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이미 따놓은 해외 공사의 계약을 해지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신화건설은 법정관리 소문이 나면서 최근 1억6000만달러의 쿠웨이트 플랜트 공사 계약을 취소당했다. 몇몇 나라에서는 직접 한국을 방문해 실사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는 것.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해외 공사 수주의 60% 정도를 담당했던 현대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이제 해외 공사는 거의 포기한 거나 다름없다”며 망연자실했다. 97년 140억달러에 달했던 해외 수주가 올 들어 38억 달러로 줄었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살아남은 업체들은 대외 홍보를 강화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대림산업은 연말까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 주요 발주처들에 해외 지사와 본사 직원 출장 등을 통해 회사의 재무 상태에 대한 상세한 사업설명을 할 계획이다. 정부는 현대와 동아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해외 부분은 인건비 자재비 등 자금 지원 대책을 마련해 공사 중단을 막고 대외 신뢰도 추락을 최대한 줄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체 수주가 줄고 이에 따른 경영 악화로 언제 또 어느 회사가 병원에 실려갈지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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