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기업 발표, 막판 진통

  • 입력 2000년 11월 1일 18시 39분


3일 부실대기업 퇴출 발표를 앞두고 은행권이 막판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당초 조율을 위해 가동하기로 했던 신용위험평가협의회는 1일 현재 공식적으로는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은 채 은행들의 서면결의로만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퇴출 발표 이후 판정기준과 절차에 대한 후유증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어떻게 진행돼 왔나〓금융감독원은 금융권 전체 여신이 500억원 이상인 기업 중 3년 동안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이나 신용등급이 요주의(7등급) 이하인 기업을 ‘부실징후 대기업’으로 선정했다. 또 은행별로 이들 기업을 △정상 △일시적 유동성 위기 △구조적 유동성 위기 △법정관리 또는 청산 등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평가 결과가 다를 경우엔 해당기업에 50억원 이상 채권을 가진 은행들로 구성된 신용위험평가협의회를 열어 75% 이상의 찬성으로 기업의 ‘운명’을 정하도록 했다.

▽서면결의 위주로 진행〓지난달 말 주채권은행은 각 은행에 해당기업에 대한 평가를 서면으로 요청했다. 또 외환은행이 지난주부터 평가 결과를 집계한 것을 비롯해 한빛 서울 등 대부분의 은행이 1일까지는 집계가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은행의 퇴출심사 담당자는 “대부분 기업의 경우 은행별로 평가 결과가 차이가 없어 이미 서면결의로 운명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75% 이상의 찬성으로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일부 기업과 퇴출 대상 기업. 당초 75%로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경우 신용위험평가협의회에서 최종 운명을 결정하기로 했으나 1일 현재 전체 은행이 참석한 협의회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대신 주채권은행이 소수 의견을 설득해 75%를 만들어내는 조정 역할을 하고 있다.

H은행의 퇴출심사 담당자는 “금감원으로부터 조정자 역할을 하라는 지침을 받았으나 설득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C은행의 관계자는 “특정 기업에 관련된 은행들이 협의회를 열 경우 어느 기업이 퇴출 대상으로 선정됐는지 소문이 난다”며 “이 때문에 공식적 협의회 없이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상되는 후유증〓신용위험평가협의회가 퇴출대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워크아웃 법정관리 화의 기업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빛은행의 퇴출심사 담당자는 “은행권만으로 구성된 신용위험평가협의회가 워크아웃 업체에 퇴출 결정을 내렸을 경우 2금융권 등 채권자가 동의하겠느냐”며 “자칫 잘못하다가는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는 만큼 퇴출은 전체 채권단회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실제로 A기업의 경우 채권단은 퇴출을 결정했지만 전체 채권단회의에서 2금융권이 강력히 반대해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또 판정 절차와 기준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금감원의 지침으로 기준은 은행별로 대동소이하지만 판정과정은 은행별로 달랐다는 것.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일부은행은 재무제표만으로 기업을 평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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