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빅3 어디로 가나-채권단 고심거듭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9시 26분


‘빅3’를 어떻게 할 것인가?

부실기업 퇴출과 관련해 현대건설 동아건설 쌍용양회 등 대형 3개사의 처리에 대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등 정부쪽에서는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몇몇 대기업은 출자전환 등을 통해 회생시킨다”는 방침을 흘리면서 회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채권단은 여전히 장고(長考)중이다.

동아건설 채권단은 13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3460억원의 신규자금 지원건을 논의했다. 장장 6시간의 마라톤회의였다. 쟁점은 과연 회생 가능성이 있느냐는 점과 대한통운의 보증채무 7000억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점이다.

채권단은 조기정리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동아건설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67억원에 불과해 이자도 갚지 못할 지경이고 리비아 공사도 계속할수록 손실이 나기 때문.

그러나 회생론자들은 리비아공사를 제외한 국내 영업이익이 765억원에 달하고 리비아에서 신규로 5억달러를 수주한데다 리비아 미회수채권 6억달러와 잔여공사분 3억달러 등 9억달러를 확보할 수 있어 출자전환만 해주면 채권회수는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 동아건설에 대한 대한통운 채무보증 7000억원을 해결하기 위한 채권단과 대한통운간의 협의가 본격화된 것도 회생론자들의 입지를 강화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동아건설의 처리는 ‘빅3’ 중 가장 오리무중이어서 이달 말이나 결론이 날 전망.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봐서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것이 정부와 채권단의 속마음이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올해 1조5000억원의 부채를 감축한다는 계획 아래 9월말까지 달성하기로 했던 자구계획 5981억원에 실적은 2000억원 가량 모자라는 형편이다.

현대건설이 지난달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을 교환사채(EB)로 매각해 2억달러를 조달하기로 한 계획이 차질을 빚었기 때문. 또 이달 중 현대상선 지분을 매각해 1230억원을 매각하는 계획도 주식시장이 워낙 침체돼 성사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해주기 위해서는 현대건설 스스로의 자구노력이 성과를 보여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단계”라고 밝혔다.

쌍용양회는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이 확실히 살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일본의 태평양시멘트에서 3억5000만달러(2억달러는 출자)를 유치하고 채권단이 3000억원을 출자전환한 뒤 쌍용정보통신 지분(1조원)과 부동산(5000억원)을 팔면 부채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진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조흥은행의 출자전환도 엄밀하게 외자유치의 성공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좀더 두고봐야 할 사안이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