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한보관련 문책안팎]"컨설턴트社 주도"당사자들 발뺌

  • 입력 2000년 10월 4일 23시 26분


4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대우자동차와 한보철강의 잇따른 해외매각 실패와 관련해 책임자 문책을 지시하면서 협상 주도 인물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대우차의 경우 70억달러(당시 포드의 제안가격)가 넘는 대규모 매각협상인데도 포드차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단독 선정하면서 계약파기에 따른 안전장치를 마련해놓지 않아 책임자를 가려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우차 매각실패 책임〓6월 27일 대우차 매각의 우선협상 대상자를 고르기 위해 대우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이근영총재(현 금융감독위원장)와 한빛은행 김진만행장, 조흥은행 위성복행장, 대우구조조정협의회 오호근의장, 대학교수 2명, 컨설팅회사 모건스탠리 및 라자드의 관계자 2명 등 모두 8명이 모였다.

이들은 2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포드를 선정했다. 포드가 GM이나 현대차 컨소시엄에 비해 훨씬 좋은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지만 단독대상자로 선정하기까지는 약간의 논란이 있었다.

이근영위원장은 “참여한 교수 한 사람이 두곳으로 선정하자고 이의를 제기하자 컨설팅회사 관계자가 ‘가격차가 너무 나므로 두곳을 고를 경우 협상과정에서 서로 정보를 교환해 가격을 깎는 등 불리한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며 “이의를 제기했던 교수와 다른 참석자들도 이 의견에 동의했으며 만장일치로 ‘포드 단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호근의장도 “당시 누구도 포드를 단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데 반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계약이행보증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컨설팅업체들이 “국제입찰의 경우 정밀실사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행보증금을 거는 사례가 드물며 대우차의 경우 관심을 갖는 업체가 적기 때문에 이행보증금을 내세우면 매각이 사실상 힘들다”며 구속력이 없는(non―binding) 인수계약을 주장했고 참석자들도 수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차 매각이 실패로 돌아가자 관련자들은 한결같이 발뺌하기에 바쁘다. 이 가운데 매각실무를 책임졌던 오호근의장과 이용근 전금감위원장에 대한 눈총이 따갑다.

한 참석자는 “오의장이 매각작업을 진두지휘한 것은 사실이지만 절차상의 문제는 컨설턴트들이 대부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보철강 매각 실패 책임〓한보철강 매각 차질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계약불이행에 따른 견제장치를 마련치 못했다는 점이다. 네이버스측과 계약체결을 주도한 제일은행 관계자는 “위약금을 제시하는 등 제재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것은 협상대상자를 빨리 찾아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제일은행 관계자도 “입찰과정에서 네이버스만 응찰하는 바람에 선택의 여지가 사실상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의 제일은행장은 유시열 현 은행연합회장이었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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