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편차 크다…경기지표 '핑크빛' 현장전망 '잿빛'

  • 입력 2000년 9월 28일 18시 51분


기업과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와 수치로 나타나는 ‘지표경기’간의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체감경기는 급속히 하락하고 있는 반면 8월중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4년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지표경기는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8월중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월 81.1%에서 82.1%로 상승했다. 이는 작년 동기의 79.2%보다 2.9%포인트 올라간 것으로 96년 5월 83.4% 이후 가장 높다.

▽지표경기는 호조〓생산은 반도체, 사무회계용 기계의 내수 및 수출 호조로 작년 같은 달 보다 24.1% 증가했다. 이는 8월이 전달보다 조업일수가 하루 많고 9월초의 추석연휴에 대비한 생산 증가에 기인한 측면이 크지만 지표상으론 아직도 경기가 상승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1로 3개월째 상승, 97년 12월 100.8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00을 넘으면 호황, 100미만이면 불황을 나타내 지표상으로만 볼 때 경기가 활황국면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향후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전년 동월비의 전월차는 ―0.1로 작년 11월부터 10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7월 ―0.3%보다는 하락폭이 줄어들었다.

▽체감경기는 위축〓그렇지만 기업과 일반인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다르다. 생산현장의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경기실사지수(BSI)와 경기선행지표의 역할을 하는 소비 심리는 최근 들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업들을 상대로 조사한 3·4분기(7∼9월) BSI는 97로 작년 2·4분기(4∼6월) 이후 처음으로 100 이하로 떨어졌다. BSI가 97이면 사업이 부진하다고 답한 기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기업보다 3% 더 많다는 뜻이다.

통계청의 ‘8월 소비자전망 조사 결과’에서도 6개월과 비교해 현재의 가계소비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 평가지수는 96.4로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소비자 평가지수가 100에 못미치면 소비를 줄인 가구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괴리에 대해 통계청은 “8월말부터 시작된 고유가 영향은 10월 이후에나 반영되기 때문에 체감경기와 지표경기가 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으론 반도체 호황에 의한 지표상의 ‘거품’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은 “대내외적인 여건이 불투명해 2∼3개월 정도 추이를 지켜봐야 정확한 경기판단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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