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문닫나" 건설업계 감원-사업축소 '초비상'

  • 입력 2000년 9월 26일 18시 35분


상당수 업체는 아예 청산되야 나머지가 산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죠. 누가 문을 닫을지 쳐다보고 있을 뿐입니다 .(s건설 인사부장)

IMF초기보다 더 극심한 불황을 겪고있는 건설업계. 2차 구조조정의 직격탄이 가장 먼저 자신들의 안마당으로 떨어질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업계에는 벌써 살생부가 나돌고 있다.

주택공급업체들도 아파트 공급을 대폭 줄이는 등 사업규모 축소에 안간힘이다. 쓸데없이 사업을 벌렸다가 장사가 안되면 청산 1순위로 꼽힐 것이기 때문이다. 주택공급 물량이 금년 목표치 50만가구에 50∼60%수준에 머물면 2년후 아파트 부족사태도 예상된다.

▽누가 문을 닫나=건설업계에서는 일단 워크아웃(4개사) 법정관리(10개사) 화의(4개사)가 진행중인 18개업체중 몇군데가 아예 문을 닫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진작 문을 닫았어야할 업체들이 채권단의 도움으로 목숨을 연명하면서 대규모 덤핑수주를 반복,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박사는 우선 주택건설업체가 과당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회생가능성이 없는 주택건설업체는 바로 정리해야한다 고 말했다.

나머지 업체들도 긴장한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47개 건설업체중 10여개 업체를 제외하면 퇴출기준으로 회자되는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 1 을 넘는 곳은 없다. 이 때문에 살생부에서 빠지기 위한 치열한 로비전이 전개되고 있다. 해외수주물량이 많은 대형 부실기업에 대한 처리문제도 벌써부터 논란이다.

증권시장은 금융권이 동반부실을 우려 청산을 주저해온 대형건설업체들도 이번 기회에 과감히 문을 닫아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건설업계는 하청업체와 자재공급업체가 많은 대형건설업체가 당장 청산을 하면 경제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므로 금융구조조정이 끝난후에 청산을 해야한다 고 주장한다.

▽부작용=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살생부에 들지않기위해 대규모 감원계획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아파트 공급물량이 급격히 줄고있어 부작용도 우려된다. 현대건설은 올 초 3만500가구를 분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달까지 공급한 물량은 1만500가구. 이미 서울 도봉구 창동 5659가구 분양은 내년으로 미뤘고 이 중 일부는 공급 자체가 불투명하다. 대우건설도 공급 계획 물량은 1만9544가구였으나 9월말 현재 공급실적은 4301가구에 그쳤다. 현대산업개발도 용인 보정리 등 9개 지역 7000여가구의 분양은 포기했고 Lg건설은 일산 대화동, 용인 수지 7차 등 2090가구의 공급은 내년으로 미뤘다.

대형주택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는 회원사들의 올 주택 공급 물량을 연초 계획(28만4258가구)의 50%선인 15만 가구로 예측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김선덕연구원은 계속해서 주택공급물량이 줄어들 경우 전세물량 부족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 고 말했다.

<이병기 이은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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