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 지분한도 폐지 파장]재벌엔 '알짜 공기업' 무방비 노출

  • 입력 2000년 9월 20일 18시 34분


포철의 1인당 소유한도 3% 해제로 포철의 민영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국내재벌이나 외국자본이 알짜 공기업을 지배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포철의 ‘앞날’이 주목된다.

일단 3% 한도 해제로 민영화의 마지막 걸림돌이었던 산업은행 보유 지분 6.84%의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은 더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작년부터 산은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조건이 안맞아 완전 매각에 성공하지 못했다.

포철의 높은 ‘상품성’에도 불구하고 지분한도 규정이 DR의 매력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분석. 산자부는 한도 폐지에 힘입어 25일부터 실시되는 해외 로드쇼에 이은 가격 산정 과정에서 DR의 완전 매각은 물론 가격도 상당폭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동안 3% 벽에 막혀 있던 국내 재벌이나 외국자본의 포철 인수도 길이 열린 셈. 포철은 현재 자산 17조원에 올 상반기에도 순이익이 1조3270억원에 이르는 등 98년 이후 3년 연속 순이익을 1조원 이상 내고 있는 국내의 대표적인 공기업.

정부가 98년 민영화 계획을 밝히면서 동일인 소유지분의 3% 한도 규정을 둔 것도 “국부를 재벌이나 외국에 내줄 수 없다”는 여론을 의식한 때문이었다. 실제 제철사업에 강한 미련을 갖고 있던 현대그룹이나 롯데 등이 포철을 인수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일단 산자부는 3% 한도 폐지 배경에 대해 “소유권이 누구한테 넘어가든간에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형성되는 지배주주에 의한 책임경영체제를 조기에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3% 지분 한도가 해제되긴 했지만 현재로선 국내에서 포철을 인수할 만한 여력이 있는 대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강력한 후보였던 현대나 롯데 모두 기업 사정이 여의치 않거나 다른 사업에 치중하고 있어 포철만한 덩치를 인수하기기 쉽지 않다.그러나 포철이 갖고 있는 가치를 감안할 때 삼성 등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인수 시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또 한가지 가능성은 외국자본에 의한 인수다.동일인 한도와 함께 외국인 총보유지분 한도 30%도 없어져 포철 경영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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