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시장 대량 포지션은 위험"…증권거래소 이용재박사

  • 입력 2000년 8월 31일 19시 02분


최근 증권사에서 나오는 선물시장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나칠 정도로 음모론에 치우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부 외국인들이나 국내세력이 ‘선물시장을 갖고 장난을 친다’거나 ‘불과 한두시간 안에 매매 포지션을 바꿔 시장을 자기 맘대로 바꾼다’는 등의 얘기가 대표적이다.

외국인의 영향력은 선물시장에서보다는 현물시장에서 훨씬 크다. 8월 31일의 현물시장 상황이 좋은 예다.

18일 연속으로 주식을 순매수해오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3000억원 가량의 순매도로 돌아서자 주가가 무려 30포인트나 하락했다.

선물시장에서 단타매매로 수익률을 올리려고 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는 주식시장이 지루한 횡보장세를 펼치는 국면에서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의 상당부분은 주가하락에 대비한 헤지거래로 분석된다.

외국인의 거래동향을 실시간으로 공개한 이후 외국인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졌다는 것은 부분적으로만 옳은 지적이다. 선물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무작정 외국인들을 따라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상관관계가 그다지 높지 않다.

특정 투자자가 대량 포지션으로 선물시장을 좌지우지한다는 얘기도 과장이다.

선물시장에서 엄청나게 큰 포지션을 취한 투자자는 자칫 모든 것을 날릴 수도 있다. 시장을 자기 맘대로 좌우하겠다는 것은 우리 시장 현실에서 말이 안 되는 발상이다.

선물시장에는 일시적인 정보가 주식시장에 앞서 반영되는 면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선물은 현물의 그림자다. 선물시장에서 대량포지션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현물이나 옵션에서 일정규모의 반대포지션이 있는 것이 정상이다. 선물시장만의 포지션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결국 이같은 오해들은 선물시장이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시장체질은 아직도 낙후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시장체질을 바꾸려면 다양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 시장 분위기가 나아지면 어느 정도는 저절로 해결될 수 있다.

(증권거래소 옵션시장부 연구 위원·경영학박사)

<이철용기자>lc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