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전자 27일 제소"…계열사 다툼 법정으로

  • 입력 2000년 7월 26일 18시 20분


2억2000만달러를 둘러싸고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 사이에 벌어진 다툼은 현대중공업측에서 빠르면 27일경 법원에 소장을 접수키로 하면서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이 입은 손실의 규모와 현대전자가 현대중공업에 써줬다는 손실보전 각서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스터리는 일단 풀렸다〓문제가 처음 공개된 25일 현대전자와 현대중공업은 2억2000만달러의 성격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했다. 현대전자측은 97년 캐나다 은행인 CIBC에 현대투신 주식을 매각하고 받은 돈이라는 입장인 반면 현대중공업은 주식을 담보로 현대전자가 빌린 돈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분은 26일 현대중공업측에서 ‘겉으로 보면’ 현대전자의 주장이 맞다고 인정하면서 풀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날 “CIBC측이 현대전자와 ‘주식매매계약’을, 현대중공업과 주식재매입 계약을 별도로 체결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계약서만을 놓고 보면 담보도, 지급보증도 없었다는 현대전자측 주장이 맞다는 것. 그러나 현대중공업측은 “결과적으로 현대전자가 주식을 담보로 현대중공업의 지급보증을 이용해 돈을 빌렸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남은 쟁점〓남아 있는 쟁점은 현대중공업이 입은 손실과 현대전자가 얼마만큼의 손실을 떠안아야 하느냐는 점. 이 과정에서 현대전자가 현대중공업측에 써줬다는 ‘손실보전 각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선 문제가 된 현대투신의 주식 1300만주의 정확한 가치를 산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투신이 비상장사인데다 매각 당시 환율 등 복잡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이 입었다는 손실의 규모도 정확히 산출되지 않는다. 현대중공업측은 “원금 1억7500만달러에 6개월 복리이자(리보+1.5%)를 계산하면 2억2000만 달러가 나온다”면서 “현대전자에서 2억2000만달러를 내고 주식을 가져가면 문제가 간단히 풀린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대전자측은 “현대투신이 정상화돼 주가가 오르면 오히려 현대중공업이 이득을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해결될까〓일단 현대중공업에서 소송을 벌이기로 한 이상 사상 초유의 계열사간 법정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그 동안 수차례에 걸쳐 회사간 조정을 시도했으나 현대전자가 버텼다”며 막후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했다. 특히 양사의 사외이사들이 불투명한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그대로 좌시하지 않을 거라는 점도 법정 소송이 불가피한 이유다. 그러나 현대전자측은 양사가 조율을 통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 현대전자 관계자는 “각서에 써준 대로 현대중공업이 입은 손실을 일부 부담해서 빨리 해결하는 게 가장 최선의 해결방식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위용·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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