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과거의 ‘맹장’ 중 2명만 잔류…거의 ‘낭인’ 신세로

  • 입력 2000년 7월 18일 18시 33분


자산순위 2위였던 대우그룹의 몰락은 계열 경영인들을 ‘옥석을 가리지 않고’ 대거 퇴출시켰다. 계열사 대표를 맡으면서 김우중(金宇中)전회장의 독단을 견제하지 못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지만 발군의 능력을 가진 최고경영자들이 고스란히 ‘사장’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기업 구조개혁을 담당하는 서근우 금융감독위원회 제2심의관은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대우 임원들을 만나보니 참 능력이 아까운 사람이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김전회장은 지난해 그룹이 워크아웃에 돌입하기 직전 마지막 인사권을 행사했다. 50명의 사장단 중 33명을 퇴임시키거나 계약직으로 돌리는 재계 초유의 긴축인사였다. 이 마지막 인사에서 김태구(자동차) 강병호(통신) 이경훈 장병주(무역) 정주호(구조조정본부) 추호석(기계) 신영균(조선) 양재열(전자) 김창희씨(증권) 등 17명이 살아남았다. 해외 지역본부에 나가있던 사장들은 대부분 계약직으로 돌렸다.

그러나 워크아웃이 1년 가량 진행된 지금 이들 중 경영진에 잔류한 인사는 정주호자동차사장과 신영균조선부문사장 2명에 불과하다. 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장병주씨와 40대에 대기업 사장에 올랐던 추호석씨는 각각 무역, 중공업부문 고문으로 현 경영진에 조언을 주고있을 뿐 경영에선 한발 물러난 상태다.

98년 말 대우전자―삼성자동차 빅딜 당시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았던 김태구씨는 자택에서 쉬고 있고 세계경영을 상징했던 폴란드FSO를 맡았던 석진철사장과 우크라이나 현지자동차공장을 이끌었던 최정호사장도 지난해 물러났다.

김전회장은 독일 등 유럽과 동남아 등지를 오가며 재기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김전회장이 몇 차례 귀국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왔으나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고 만류했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배순훈 전 대우전자회장은 정보통신부장관을 거쳐 올해 초 미래산업 계열사인 미래온라인 대표이사 회장으로, 유기범 전 통신사장은 사장으로 영입됐다. 대우전자 상무에서 사장으로 발탁돼 화제를 뿌렸던 전주범씨는 3월 ‘트라이온홀딩스’란 벤처투자 및 경영지원사를 설립,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우는 몰락했지만 대우출신 경영인들에 대한 시장의 평판은 대체로 양호하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벌이고 있는 대우의 전현경영진에 대한 조사활동이 조만간 종료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들의 향후 거취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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