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유통시장 양자에서 다자구도로

  • 입력 2000년 7월 5일 18시 47분


의약분업 시행과 전자상거래업체의 등장에 따라 의약품 유통시장이 양자(兩者)에서 다자(多者) 구도로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의약품 유통은 제약업체가 직접 병 의원 또는 약국과 거래하거나 도 소매상을 을 통해 주로 이뤄졌다.

제약업체는 통상 수요자에게 소비자가의 5% 내외 범위에서 약가 마진을 보장했으며 다량 판매의 경우 이보다 훨씬 높은 마진율을 적용하기도 했다. 의약품 가격이 병 의원과 약국마다 다른 이유도 이같은 마진율 차이에서 비롯됐다. 전국적으로 300여 업체에 이르는 도 소매상 역시 제약회사와 수요자의 중간에서 다양한 가격으로 의약품을 공급해왔다.

이런 양자 구도는 의약분업 시행을 전후해 △약국체인망의 형성 △대형 물류센터 설립 △인터넷기업의 통합 물류 프로그램개발 △전문 유통회사의 시장진입 등으로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먼저 신약과 약효가 비슷한 복제약품을 공급하며 과다한 덤핑 경쟁을 벌이던 영세 도 소매상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거나 물류센터의 회원사로 흡수됐다. 이 사이 약국들은 공동구매를 목적으로 메디팜 온누리 등의 약국협업체를 만들어 체인망을 형성하고 유통의 중심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또 영세 도 소매상의 세력 약화와 동시에 자본력과 정보력을 갖춘 SK 제일제당 등 대기업과 외국기업들은 의약품 유통전문 회사를 설립하며 시장 장악에 나섰다. 여기에다 신생 인터넷 기업들이 물류비용 절감과 효율적인 의약품 전달체계 구축을 겨냥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유통시장에 뛰어들자 제약사-도 소매상 양자 구도는 결정타를 맞았다 서울제약 황우성(黃寓性)이사는 “시장 주도권 경쟁이 대형 체인점과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반면 전통적 양자는 서서히 저변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십년간 유통 노하우를 축적한 도 소매상들의 시장 방어력은 아직까지 신생 유통업체 보다 크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 또 의약분업이 시행돼도 공급자인 제약회사가 상품 및 가격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지 않는 한 신생 업체의 시장 장악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종대(金鍾大)전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은 “무자료 거래 관행과 약가마진 담합 등 유통 난맥상이 정리되기까지 당분간 전통적인 양자의 주도권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