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재원조달-SOC지원 급선무

  • 입력 2000년 6월 12일 19시 47분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는 정상회담 기간중 남북정상이 흉금을 털어놓고 집중적으로 논의할 핵심 화두다. 경제 분야는 남북간 교류 협력의 성과가 단기간에, 가시적으로,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 분야이기 때문.

남북 모두 경협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과실을 나누는 단계에 도달하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 결국 과제는 ‘돈’과 ‘제도’,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전문가들은 경협을 남북 상생(相生)의 역사적 프로젝트로 발전시키기 위한 3대 과제로 △북한내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재원 조달 △법과 제도의 정비를 꼽았다. 일각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이 폐허가 된 유럽을 복구하기 위해 채택한 ‘마셜플랜’의 한국판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협 당면 목표는 ‘북한 경제 기력 되살리기’〓북한 경제난의 특징은 각 분야의 낙후성이 얽히고설키면서 경제 전체의 경쟁력이 빈사 상태에 빠졌다는 점. 에너지 식량 교통 통신의 총체적 난국이어서 어느 한쪽만 손을 쓴다고 해서 손쉽게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내 전력 수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북한의 산업 시설 가동률은 30%에 불과하다. 북한의 전력 시설 생산용량은 총수요와 엇비슷한 630만¤에 이르지만 실제 발전소 가동률은 20∼30%선.전기 공급이 안돼 공장의 기계가 멈춰서자 비료 생산량이 줄어 식량난을 가중시키고 철도 수송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생산과 유통이 차질을 빚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북한 경제난을 푸는 해법도 단순히 각 분야간의 연결 고리만을 끊는 일회성 요법이 아니라 경제 전체의 하부구조를 한꺼번에 치유하는 종합적 처방이 나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무역투자진흥공사 홍지선북한실장은 “당장 눈앞의 이익을 노리는 응급 처치 개념의 지원으로는 남북경협의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한다”면서 “마셜플랜의 예를 본떠 북한 경제의 자생력을 회복시키는데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원 마련은 어떻게〓북한은 지난해부터 외국인투자관련법을 본격적으로 개정해 99년에만 14개의 규정을 고쳤다. 외국 투자 기업에 대한 세금 제도를 단순화하고 업무상 분쟁이 발생할 경우 북한내 기관외에 제3국 중개기관을 통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처럼 북한이 투자 유치에 발벗고 나섰지만 이미 거액의 외채를 제때 갚지 못한 ‘전과(前過)’가 있어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 한국은행 김주현북한경제팀장은 “최근 들어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회원국이 되면 미국 일본 유럽의 민간 기업들도 대북한 투자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정부는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IMF 등에 가입한 뒤 지원받은 실적을 감안할 때 북한도 20억∼47억달러를 국제기구를 통해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국제기구의 경우 자금 제공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북한 경제 개발에 돈을 댈 단기 자금 공급처로는 적당치 않다는 점. 이에 따라 SOC 투자의 대가로 광물 등을 현물로 받거나 자금 제공업체가 관광지 입장료 수입을 일정기간 받아 회수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민간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하는 여건을 조성하려면 이중과세방지협정 상사분쟁조정협정 투자보장협정 등의 체결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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