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投 정상화案]자금시장 암초 제거…순항 미지수

  • 입력 2000년 5월 4일 19시 06분


열흘을 끌어오면서 시장을 불안하게 했던 현대투신사태는 현대측의 대규모 출자 또는 담보제공을 전제로 한 경영정상화 방안이 정부의 동의를 얻으면서 진화됐다. 그러나 산업자본을 통해 금융업으로 영토 확장을 시도했던 현대는 무분별한 판단으로 부실 회사를 인수할 경우 엄청난 손실이 뒤따를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어야만 했다.

자본시장에서는 현대의 투신 정상화 방안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거됐고 부실회사를 처리하는 과정이 한 단계 더 투명해졌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또 투신권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됐고 98년부터 진행한 ‘주인이 있는 부실금융회사에는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는다’는 구조조정의 대원칙을 지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

▽홀가분한 정부〓한투 대투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진 현대투신 부실 해결 문제를 대주주가 전적으로 책임지게 돼 투신권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정부로서는 큰 짐을 덜게 됐다. 현대의 한남투신 인수에 일정 부분 책임을 갖고 있던 정부는 한남투신 사태의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정부는 사기업에는 어떤 공적자금도 줄 수 없다는 명분을 고수했고 투신사 구조조정의 뇌관이었던 현대투신 문제를 일거에 해소했다. 또 외국인투자자로부터 정부가 현대투신문제를 비교적 명쾌하게 처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정부는 현대투신이 자구노력을 철저히 한다는 전제 아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 지원할 수 있다는 원칙론적인 보장만 하는 선에서 현대투신구조조정 지원을 마무리한다는 방침.

▽현대 자구계획의 신빙성〓현대그룹은 현대투신 부실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자본잠식을 메우기 위해 외자유치(2000억원)와 현대투신운용 지분 매각(7000억원), 경상이익 실현(4000억원) 등 내실경영뿐만 아니라 외부차입도 모두 현대투신이 부담해야 한다.

이번 자구계획이 현대의 계획대로 실행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현대측이 현대투신운용의 지분매각 규모를 7000억원으로 잡고 주당 가격을 4만2000원으로 산정한 것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있다. 투신운용사의 치열한 경쟁과 시황산업인 운용회사의 가치평가를 너무 낙관했다는 것.

회사측에서 협상이 상당히 진행됐다고 주장하는 외자유치건도 실제로 돈이 들어와야 확인할 수 있는 문제.

올해 현대투신증권의 경상이익 규모를 증시활황 때였던 지난해와 비슷한 4000억원선으로 잡은 것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금감위도 이 때문에 현대투신이 내놓은 자구계획의 30% 가량만 인정하고 현대측에 담보물건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던 것.

▽자구계획이 실패할 경우〓4일 발표된 계획대로 진전이 안될 경우 현대그룹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투신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가면 우선 자본시장이 다시 한번 요동을 칠 것이고 현대그룹은 또다시 심각한 자금문제를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회사의 경영권에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현대의 자구계획이 실패할 경우 담보로 내놓은 비상장회사 중 현대정보기술 현대택배 같은 디지털시대의 알짜배기 회사의 경영권을 포기해야 하는 일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회사의 대주주는 현대전자와 상선 및 정몽헌회장인데 현대투신이 부실부족분을 해소하기 위해 이들 주식을 주로 내다 팔 경우 회사의 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이병기·최영해기자>ey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