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투신 '절충안']증자참여-사재 일부 상징적 헌납

  • 입력 2000년 5월 1일 19시 35분


현대투신 정상화 방안을 놓고 정부와 현대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대측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재산을 내놓으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노골적으로 정부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고 정부는 ‘과거 부실투신사 인수가 강압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에 격앙해 있다.

양측 막후협상의 골자는 △총수 재산의 현대투신 출연 △현대 계열사의 현대투신 출자 △현대그룹 지배구조개선 등 세가지. 이 중 현대측은 총수재산의 헌납에 대해 가장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사재출연’이라는 애매한 표현 속에 총수일가의 개인재산 헌납이 포함돼 있다면 불가능한 선택”이라고 못박았다. 삼성자동차의 경우 실제 경영을 잘못한 탓이 있었기 때문에 총수가 삼성생명 주식을 내놓았지만 현대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 정주영명예회장, 몽구 몽헌 회장의 상장주식 가치가 지난달 15일 6700억원에 불과하다는 현실론도 제기한다.

정부로서는 이미 상당한 ‘명분’을 쌓았기 때문에 무리하게 현대 지원에 나설 이유가 없다. 현대가 국민투신 한남투신을 인수한 것은 분명한 ‘장삿속’이었던 만큼 그 손해를 정부가 메울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거의 매일 현대의 정상화 방안을 전달받아 ‘자구의 강도’를 점검하고 있으나 아직 ‘미흡하다’는 결론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평행선 상태에서 가장 유력하게 제기되는 해법은 세 가지 방안을 적절히 혼합하는 형식. 회장 일가의 개인주식을 담보로 현대투신 증자에 참여하고 상징적인 의미로 사재 일부도 헌납하는 방안이다. 이기호대통령경제수석은 이와 관련해 “투신의 대주주인 전자 등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대주주가 소액주주 실권주를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대관계자는 “정부도 현대측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해 이 방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만으로 투신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는다. 부실을 떨어내는 자구책과 함께 당장 연말로 기한이 다가온 3조원대의 연계콜을 해소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현대는 다른 투신사와 마찬가지로 고객이 맡긴 3조원대의 신탁자산을 빌려썼고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의 합의에 따라 이 자산을 연내에 갚아야 한다.

따라서 대주주 출자 등으로 고유계정의 부실을 일부 떨어내더라도 정부의 유동성 지원은 불가피하다. 정부와 현대가 동시에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은 두 방안이 한 묶음으로 발표돼야 자본시장 안정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증권금융채권 발행을 통해 유동성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금리 조건을 자구수준과 연계한다는 방침이어서 현대측과 막판까지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박래정·이병기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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