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자금 문제없다"…위기설유포 동양증권 문책

  • 입력 2000년 4월 27일 23시 20분


‘현대그룹 위기설’이 퍼지면서 현대 계열사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극도의 동요상태에 빠지자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27일 “현대그룹의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긴급진화에 나섰다. 특히 금융감독원 조사결과 동양증권이 ‘현대 위기설’의 진원지인 것으로 나타나 제재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종합주가지수는 21.16포인트(2.96%) 급락한 692.07로 마감, 올들어 처음으로 700선이 붕괴되면서 작년 4월14일(687.41)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도 전날 종가보다 8.68포인트(5.22%) 떨어진 157.52를 기록했다.

진화에 나선 정부는 현재 진행중인 4대그룹 세무조사에 대해 “정기조사일 뿐 특정기업을 겨냥하거나 특별한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이례적으로 강조했다. 또 28일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장관이 김각중(金珏中)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등 4개 경제단체장과 간담회를 갖기로 하는 등 투자심리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이장관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자동차 전자 중공업 등 현대 계열사들은 대우와 달리 돈을 벌어들이고 있으며 이자지급 등 현금흐름을 스스로 해결할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지배구조 면에서도 현대의 금융계열사들은 5월 주총에서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등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관은 또 “현대에 대한 추가조사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투신 문제와 관련, “2조∼3조원의 유동성 문제가 있지만 시간을 두고 해결하되 필요하면 금융감독위원회가 공적자금 등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그룹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드로스트 부행장도 이날 설명회에서 “작년말 기준으로 현대계열사의 금융기관 총차입금은 37조5000억원”이라며 “이중 기업어음(CP) 등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15.7%에 불과해 유동성 위기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한편 이용근(李容根) 금융감독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현대위기설 유포경위를 조사한 결과동양증권에서 잘못된 정보가 나와 비롯된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경위를 정밀 조사해 엄중 문책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유동성(iquidity)▼

단기간에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재산. 현금과 예금 유가증권 등 당좌자산과 1년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외상매출금 대여금 받을어음 등이 이에 속한다.

<박원재·박현진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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