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제 환상 금물"…LG경재硏 '4대쟁점' 진단

  • 입력 2000년 3월 20일 19시 32분


디지털 경제의 미래는 과연 장밋빛일까.

LG경제연구원은 20일 ‘디지털 경제 4대 쟁점’ 보고서에서 “급격한 기술 발달로 무한 경쟁이 벌어지는 디지털 경제의 미래가 반드시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라며 “첨단기술을 적극 수용하고 이를 개인의 효용과 가치를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보산업이 ‘뉴 이코노미’의 원동력?〓미국식 ‘뉴 이코노미’의 핵심은 정보기술(IT) 관련 산업의 발달로 고성장과 저물가가 동시에 지속된다는 것. 그러나 IT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80년대 미국의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졌다. 72∼88년 1.3%였던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88∼96년 0.8%로 하락한 것. IT 투자의 상당 부분이 마케팅 등 수요 확보를 위해 쓰이기 때문에 한 기업의 성공은 다른 기업의 실패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 이윤은 늘어날까〓최근 적지 않게 나오는 ‘인터넷 기업 거품론’은 이들 기업이 성장 잠재력은 있지만 성장한 만큼 이윤을 확보할 수 없다는 시각에서 나온다. 인터넷과 전자상거래가 확산되면 정보의 편중이 줄고 초기 투자비용이 낮아져 진입장벽이 낮아진다는 것. 완전경쟁 상황이 벌어지고 기업의 이윤은 ‘제로’에 수렴된다는 논리.

▽‘부익부 빈익빈’〓80년대와 90년대 선진국에선 고학력 전문직 근로자와 저학력 단순직 근로자간의 임금 격차가 계속 벌어졌다. 기술이나 지식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숙련도가 높은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 소득 격차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소득격차 확대는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나 이민자 확대 등 다른 요인의 영향이 컸다는 견해도 있다. 기술이 확산될수록 고학력 노동자의 공급이 늘어 임금 격차가 줄어들게 된다는 상반된 시각도 있다.

▽실업자 양산의 주범?〓디지털 시대에는 생산과 소비 사이의 중간 단계가 사라지게 된다. 특히 도소매업 금융업 체신업 등에서 고용이 줄고 사무직 근로자가 컴퓨터에 자리를 물려줄 가능성이 높다. 핀란드에선 은행 인력이 매년 3.5%씩 줄어 96년에는 84년의 3분의 2로 줄었다. 그러나 새로운 사업 부문이 등장하고 디지털화에 따른 경제 성장으로 구매력과 수요가 늘어나 고용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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