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2시 나스닥에 매수주분 '글로벌증시 시대' 온다

  • 입력 2000년 1월 2일 20시 37분


밤새워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급증한다, 기업체 야근자가 오전 2시에 미국 투자자들의 전화에 시달린다, 인터넷브로커가 최고의 직업으로 부상한다,….

이런 일이 불과 몇년 뒤에 일어날지도 모른다. 이름하여 ‘전자증권거래 네트워크(ECN)를 이용한 글로벌증시’.

▼美-홍콩 교차상장 협정▼

▽작업은 이미 작년에 시작됐다=미국 나스닥을 관할하는 전미증권업협회와 홍콩증권거래소는 작년 12월 13일 양 거래소의 상장기업들을 교차상장한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다.

1단계로 올 2월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시스코시스템스 등 나스닥을 대표하는 7개 종목이 홍콩증시에 상장된다. 아직 일정은 잡히지 않았지만 2단계 과제는 홍콩 주식을 나스닥에서 거래하는 것.

나스닥은 나아가 일본과 유럽에 벤처증시를 직접 개설하고 이들 거점을 중심으로 세계증시를 인터넷을 통해 한데 묶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코스닥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증시를 나스닥저팬이라는 관문을 통해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개방시키고 나스닥 등 선진국증시의 기업들을 전 세계 증시에 진출시킨다는 야심찬 기획이다.

나스닥만이 아니다. 보수적인 뉴욕증시(NYSE)도 유럽 8개 증시를 포괄하는 네트워크 구축 작업을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나스닥저팬을 설립한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이 작년 12월 방한, 정부에 ‘나스닥코리아’ 설립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다.

▼"ECN편입 대책 시급"▼

▽‘제2의 개항’, 대비책 마련 시급하다=정부는 일단 “곤란하다. 대신 코스닥증권㈜에 지분참여하라”고 응수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현행 증권거래법이 나스닥코리아 같은 유사증권시장 개설을 금지하고 있으며 상장규정상 해외기업의 개별적인 상장은 얼마든지 허용돼 있다는 것.

그러나 코스닥이나 증권거래소가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나스닥코리아가 진입한다면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데 정부의 진짜 고민이 있다. 나스닥 상장기업들이 밀려들면 국내자금의 상당부분이 국외유출될지도 모른다는 것도 큰 걱정거리.

그러나 전문가들은 “증시의 글로벌화는 거역할 수 없는 대세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은 ECN에 편입되는 속도조절의 자유 뿐이다”고 보고 있다.

우리 증시 여건은 어떤가. 시가총액규모가 GDP(국내총생산)의 절반 가량에 불과하고 매매형태는 후진적이다. 증시 투자자금 확보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기업도 많지 않다. 해외증시 진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두루넷과 미래산업이 작년 11월 나스닥에 처음 진출했으며 구체적인 상장절차를 밟고 있는 업체는 하나로통신 하나 뿐이다.

정부 관계자는 “세계증시 단일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 개선,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투자관행 확립 등 총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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