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 1년]분단파고 넘어 남북교류 새章 연 뱃고동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9시 58분


‘금강산 뱃길’이 열린 지 18일로 만 1년.

반세기만에 그 자태를 드러낸 ‘금단의 비경’,금강산을 밟은 남한 관광객은 어느새 14만명 가까이 됐다. ‘벌금관광’ 논란, 관광객 억류, 남북관계 긴장때마다 불거져 나온 관광 중단론 등 지난 1년간 금강산으로 향하는 뱃길에는 크고 작은 ‘파도’가 일었지만 금강산 관광은 이제 남북교류의 상징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주 2000명 인파 몰려▼

▽전례없는 대규모 남북교류〓16일 현재 금강산 관광객은 13만9000명. 만 1년이 되는 18일에는 14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두 척으로 출발한 관광선은 이제 3척으로 늘어나 매주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소풍이라도 가듯’ 금강산으로 떠나고 있다. 지난 50년간의 남북교류사를 통틀어 오간 사람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인원이 자유롭게 북한땅을 밟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실향민의 향수를 자극했던 금강산 관광은 갈수록 전 국민이 골고루 이용하는 ‘국민관광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연령별로 보더라도 40대 이하가 45% 이상에 달한다.

지난달 23일부터는 외국인들도 관광에 나서 국제적인 관광지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첫 항해부터 진통겪어▼

▽파도 그치지 않은 관광길〓분단 반세기만에 금강산을 여는 일은 쉽지 않았다. 89년 1월 정주영(鄭周永)현대명예회장은 당시 김일성(金日成)북한주석과 금강산 개발에 합의했으나 이를 실행하기까지는 9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작년 6월 정명예회장은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는 이벤트를 연출하면서 ‘금강산 관광 개시’ 뉴스를 갖고 와 국민을 흥분케 했지만 그 이후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당초 현대가 잡은 출항일은 작년 9월 25일. 그러나 북한 잠수정 사건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이 날짜를 지키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첫 배를 띄우기는 했지만 11월18일 첫 항해부터 진통을 겪어야 했다. 장전항 앞에 도착한 금강호를 북측은 “파도가 심하다”는 이유로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6월에 발생한 민영미(閔泳美)씨 억류 사건은 최대 고비. 이 사건으로 관광은 한달여 중단됐고 자칫 금강산 관광 자체가 완전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일반에 알려진 사실 외에도 현대와 북측간에 이견이나 마찰을 빚은 사례는 수없이 많다. 특히 현대의 북측 파트너인 아세아태평양평화위와 다른 북한당국간에 금강산 관광을 놓고 이견이 적지 않은 건 금강산 관광의 ‘돌발 변수’로 여전히 잠복해 있다.

‘바람많은’ 남북관계의 속성상 수시로 바뀌는 외부환경도 불안한 암초다. 서해안 교전사태, 북핵 갈등, 잠수정 침투 사건 등 남북간에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관광 중단’ 여론이 제기됐다. 그러나 서해안에서 무력충돌이 벌어질 때도 이에 아랑곳없이 관광선은 계속 떴다. 결과적으로는 이같은 가시밭길을 헤친 덕분에 금강산 관광은 더욱 탄탄해졌다고 할 수도 있다. 현대는 “관광선이 남북관계 파국을 막는 방어막 역할을 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현대 2년내 흑자 전망▼

▽수익성 개선 과제와 부작용〓수익성 개선은 최대 과제 중의 하나다. 정몽헌(鄭夢憲)현대회장은 “올해부터 5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흑자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이같은 ‘장밋빛 전망’은 일단 빗나갔다.

1년간의 수입 성적표는 매우 부진하다. 대략 27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엄청난 적자는 현대의 자금난 소문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김윤규(金潤圭)사장은 “앞으로 2년내에 50만명을 돌파하면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한편으로는 현대가 대북사업을 독점하는 양상을 띠면서 부작용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뒷돈 거래설’이 많이 나돌았다. 그전부터 대북사업을 해온 중소기업들은 “현대가 북한의 배짱을 키우는 바람에 사업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남북경협 사업의 지렛대 될까〓현대는 금강산을 세계적인 관광단지로 키운다는 ‘매머드 플랜’을 세워놓고 있다. 스키장과 골프장 호텔 등이 들어선 대단위 종합관광단지로 개발해 외국인 관광객을 대거 끌어들인다는 계획. 또하나의 관심은 금강산 관광 성과를 다른 대북사업으로 얼마나 연결지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특히 현대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서해안 공단 개발의 성공 여부가 향후 남북 경제협력의 시금석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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