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통해 내린 결정은 우선 남북협력기금 50억원을 활용해 경협여건을 개선한다는 것. 북한 내 열악한 투자환경, 과다한 물류비 및 당국간 제도적 보장장치의 미비로 어려움을 겪는 경협업체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경협추진기업들은 적어도 제삼국과의 경제관계에 적용되는 무역금융이나 해외투자금융 수준의 지원을 받게 된다.
이같은 정부의 구상은 ‘페리보고서’ 발표 이후 진전을 보이는 북―미(北―美)관계와도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정주영(鄭周永)현대명예회장과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1일 면담한 이후 현대를 통한 대북경협이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는데서 얻은 자신감도 반영된 정책기조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당국대화를 서두르기보다는 민간교류협력의 증가에 좀더 박차를 가해서 역으로 당국간 대화가 불가피한 상황을 만들어가도록 하겠다”는 통일부 당국자의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즉 남북 당국간의 합의사항을 또하나 추가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실질적인 관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한국 민간업체만 상대하면서 최대한 이익을 보려는 북한의 과거 행태를 고려할 때 북한이 과연 한국 정부의 이같은 정책기조 변경 의사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