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관투자가 『대우채권 손실분담 명확히』

  • 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0분


모건 스탠리, 메릴린치 등 외국 기관투자가들은 대우사태와 투신사 유동성위기에 따른 한국 금융시장의 불안을 일제히 경고하고 나섰다.

이들은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며 증권시장 또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국정부는 대우의 부실채권 손실분담원칙을 명확히 설정하고 투신사 유동성문제를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음은 금융연구원 산하 국제금융센터가 21일 소개한 외국 증권 및 투자회사들의 한국경제 종합진단 내용.

▽대우사태와 투신사 유동성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JP 모건사는 15일자 보고서에서 한국경제에 대해 “구조적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어 향후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며 “대우부실채권문제는 신용경색을 불러왔고 유동성부족으로 인한 투신사의 파산가능성이 금융부문 전체를 짓누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JP 모건은 특히 투신사 구조조정에 필요한 공적자금규모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고 정부가 투신사 구조조정을 가능한 한 미룰 것으로 보여 투신사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JP 모건은 투자자들에게 “단기적으로 남미계 채권을 매수하고 한국계채권은 금융부문 구조조정이 명확해진 다음에 생각해보라”고 권했다.

모건 스탠리사도 13일자 보고서를 통해 “대우사태로 인한 투신사문제가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으며 정부가 적절한 정책으로 투신사 구조조정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시장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살로몬 스미스바니는 18일자 보고서에서 “채권형 펀드가 주식형으로 전환하도록 허용됐기 때문에 매수여력이 확충되면서 단기적 투자위험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채권매도세로 인한 금리상승 가능성은 여전하며 기업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장기적 투자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미스바니는 특히 정부가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을 서두르지 않고 있으며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위해 ‘개혁을 통한 안정’이 아닌 ‘현 상태에서의 안정’을 선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투자위험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릴린치는 18일자 보고서에서 “올 2·4분기(4∼6월)에 기업부문의 부채가 감소했지만 이는 영업이익상승과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유입에 따른 것이어서 앞으로도 부채감소세가 지속될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정부가 나서서 투신사 유동성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모건 스탠리는 “투신 증권 은행 기타 투자금융기관간 손실분담에 관한 원칙이 명확하게 확립돼야 향후 대우 및 투신사문제로 인한 금융권 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다”며 “정부도 공적자금 사용여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모건 스탠리는 “한국정부가 이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한국증시 주가는 다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릴린치도 한국정부는 금융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투신사의 유동성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메릴린치는 “경제회복세와 정부의 풍부한 유동성 공급으로 제2의 경제위기는 없을 것이며 대우문제로 인해 5대재벌의 구조조정 등 개혁의 속도가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투자자에게 한국국채 매수를 권유했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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