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해외매각 막판 잇달아 결렬…능력 검증없이 매달려

  • 입력 1999년 10월 19일 20시 09분


부실기업들의 해외매각이 성사단계까지 갔다가 줄줄이 막판에 결렬되고 있다. 구조조정 일정에 쫓겨 매각협상 자체가 불리한데다가 원매자의 인수능력이나 자금력 등에 대한 정확한 검증없이 성급하게 매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대우전자 인수의향서를 맺은 미국 왈리드 앨로마사가 최근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에 추가요구조건을 제시하고 나서 대우전자 매각협상이 결렬 위기에 처했다.

왈리드사의 요구조건은 △미국식 회계장부 처리 △경영진 교체 △계열사와의 대차관계 정리 △채권단의 충분한 자금지원 등 4가지. 채권단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라는 입장이다.

해태음료는 최종계약까지 체결했다가 계약이 파기된 사례. 지난달말 해태음료를 인수하기로 했던 홍콩 클라리온캐피털은 인수자금 모집에 실패, 약속시한인 15일까지 계약금 2000만달러를 입금하지 못해 채권단이 최근 계약파기를 통보했다.

대우그룹의 힐튼호텔도 6월 룩셈부르크 부동산투자회사 GMH에 2억1500만달러에 매각키로 가계약을 체결했으나 약속시한인 7월말까지 계약금을 입금하지 않다가 뒤늦게 가격을 깎아달라고 요구해 계약이 깨졌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부실기업의 해외매각이 속속 무산되고 있는 데 대해 “정부나 채권단이 원매자의 인수능력이나 자금력, 인수의사 등에 대한 정확한 검증없이 성급하게 매달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제조업체가 아닌 투자회사들이 대부분인 해외 원매자들은 인수자금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인수의사를 밝혔다가 쉽게 계약을 파기하고 있어 해당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주고 있다는 것.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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