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경련회장 사퇴]‘대우 소용돌이’ 에 중도하차

  • 입력 1999년 10월 8일 22시 55분


재계 수장(首長)인 김우중(金宇中)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재벌개혁과 대우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도중하차했다. 회장 임기를 16개월이나 남긴 그의 낙마는 IMF의 ‘고금리―긴축’해법에 대해 ‘가동률 제고→수출증대→외환위기 탈피’를 주장해온 재계 일부의 주장이 끝내 좌절됐음을 의미하는 상징적 사건으로도 해석된다.

▼與 고위층 퇴진 거론說▼

‘재신임 이후 자진사퇴’한 모양새에도 불구하고 김회장의 퇴진은 대우의 워크아웃 결정(8월26일) 이후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채권단이 그룹 경영권을 접수하고 연내 그룹회장 퇴진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전경련 회장직을 수행할 힘도 명분도 없다는 지적이 무성했다.

전경련 내부에서도 사세(社勢)가 든든한 그룹 대표가 회장을 맡아야 재계 입장을 떳떳이 밝힐 수 있다는 현실론이 제기됐었다.

김회장 사퇴가 여론의 도마에 오른 것은 대우에 대한 유동성개선대책(7월19일)이 발표된 뒤부터. 집권 여당의 최고위층이 청와대에 김회장 사퇴 불가피론을 제기했다는 설이 급속히 퍼졌고 김회장도 이때부터 측근들에게 “언제 물러나는 것이 좋겠느냐”고 자문하기 시작했다. 대우 사장단은 ‘구조조정 의지를 사퇴로 밝힐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그룹 회장 사퇴까지 앞당길 수 있다’는 신중론이 맞서기도 했다.

김회장은 지난달 30일 아시아유럽비즈니스포럼(AEBF) 개막식에 참석한 뒤 손병두(孫炳斗)부회장에게 “사퇴여부를 회원사(회장)들에게 타진해보라”고 지시했다. 재계는 이때 ‘재신임후 현상유지’를 점치는 전망이 주류였지만 김회장은 한일재계회의나 이달 22일 열리는 전경련 국제자문단회의를 주재한 후 물러날 의사를 굳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회장 사퇴여부 촉각▼

대우 관계자는 “9월9일 전경련회장단 회의에 당초 5대그룹 회장 대부분이 참석키로 했다가 번복한 것이 김회장에게 충격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경련 회장 사퇴가 그룹 회장직 퇴진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김회장을 대우그룹과 동일시하는 해외투자가들을 감안할 때 계열사 구조조정의 골격이 완성된 뒤 퇴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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