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마에-美 돈부시 '한국경제개혁 논쟁' 속셈없나?

  • 입력 1999년 9월 26일 18시 58분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이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면서 저명학자들의한국경제 훈수론이 식자들간에 논쟁거리로 등장했다.

훈수논쟁을 유발한 외국학자는 일본의 경영컨설턴트이자 미국 UCLA교수인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

오마에는 일본의 격주간 국제정보지 ‘사피오’ 7월28일자와 9월22일자에 걸쳐 국제통화기금(IMF)음모론, 한국경제의 약점, 한국산업의 미래전략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이에대해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루디거 돈부시 MIT교수는 20,21일 국내 영자지 기고문을 통해 “오마에는 이류논객에 불과하며 경제학의 기초도 모르는 주장을 일삼고 있다”며 “한국은 오마에의 주장을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하고 지금처럼 개혁을 계속해 나가라”고 충고했다.

특히 두사람의 글에는 군데군데 신랄한 독설이 들어 있어 ‘이 사람들이 과연 왜 이러는가’싶을 정도다.

돈부시는 이에 대해 “오마에의 무지를 용서하라. 내가 부품산업의 중요성에 관한 글을 발표했다면 동료들은 나를 병원에 입원시킬 것이 틀림없다” “오마에의 일관된 주제는 한국을 일본에 팔아 넘기라는 것으로 대동아공영권적 발상”이라며 오마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경제통인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일본 아오야마(靑山)대 교수도 논쟁에 가세해 “한국의 지도층이 미국 투자은행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반영하는 세계에 순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마에는 재벌을 관리하는 구조를 단순히 재벌해체와 혼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학자들의 엇갈린 반응▼

《그렇다면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이런 훈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들의 논쟁에 대한 국내학자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일본과 미국의 이해관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란 견해가 있는가 하면 ‘현실을 아는 경영컨설턴트’와 ‘순진한 거시경제학자’의 이견대립, 일과성 해프닝 등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일부에서는 두사람의 국내 정치적 커넥션에 의혹을 던지기도 했다.》

▽정운찬(鄭雲燦)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돈부시의 지적은 우리나라 학자들이 이미 다 언급한 것으로 새로울 게 전혀 없다. 그들 외국학자들이 우리 경제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오마에는 이류논객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돈부시가 말한 것처럼 부품산업을 언급하는 것이 병원에 보내야 할 그런 것은 아니다.

각자 자기 나라 입장에서 얘기하는 것일 따름이다. 오마에는 일본적 시각에서, 돈부시는 미국적 시각에서 말하는 것이므로 객관적 입장에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송병락(宋丙洛)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겸 서울대부총장〓돈부시는 순수경제학만 공부한 사람으로 기업경영의 현실은 잘 모른다. 반면 오마에는 경영컨설턴트로 활동해왔다. 경제학자와 경영학자의 시각은 대립하게 돼 있다.

경제의 세계에 우방이 있다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우리는 규모가 작으니까 힘을 합쳐 뭔가 해봐야 한다.

정보화사회는 획일적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사회다. 미국의 이론은 우리 현실에 맞는 것이 아니다.

▽최우석(崔禹錫)삼성경제연구소장〓미국 경제학에서는 한 국가가 핵심부품을 자체 생산하지 못한다는게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이란 나라는 생산기지를 세계 도처에 두고 어느 나라든 상관하지 않고 가장 값싼 부품을 사다 쓰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갑자기 이렇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나 한국은 미국과 같은 전통이 확립돼 있지 않다.

IMF가 틀린 것이 아니라 그런 기준이 바로 미국식 기준이라는 것이 문제다. 부채비율 200%라는 것은 증권시장이 발달해 여기서 돈을 쉽게 끌어다 쓸 수 있는 미국의 풍토에서 나온 기준이다. 유럽 일본만 하더라도 증권시장이 미국처럼 발달해 있지 않다.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다. 돈으로 증권을 사기 보다 은행에 맡기는 나라다.

▽이윤호(李允鎬)LG경제연구원장〓두사람의 글에서 모두 참조할 바가 있다. 한국경제의 일본 의존성을 지적한 오마에의 글은 분명히 아픈 구석을 찌른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게 현실이다. 돈부시는 정통 시장경제주의자의 입장에서 경제학 원칙에 입각해 한국의 개혁방향을 설명한 것이다.

오마에의 글은 단기적으로 우리가 나갈 길에 참조할 만한 것이고 돈부시의 글은 장기적으로 우리가 나갈 길에 참조할 만한 것으로 보고 싶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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