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시민단체, 사외이사제 도입놓고 '불꽃' 공방

  • 입력 1999년 9월 8일 19시 24분


기업지배구조 개편 방향을 놓고 시민단체와 재계대표가 불꽃 튀는 공방전을 벌였다.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개최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에 관한 첫 공청회에서 시민단체측은 ‘더 강력한 제도도입’을, 재계측은 ‘모범규준의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 의견이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재계-시민단체 참석

재계를 대표한 안복현 제일모직 사장(상장회사협의회 대표), 황인학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은 ‘사외이사 과반수 선임’‘집중투표제 도입’ 등은 선진국에서도 법제화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단순한 권장사항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를 대표한 강철규 서울시립대교수(경실련 중앙위원회 부의장) 김기원 방송대교수(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 실행위원) 등은 총수세습체제라는 한국적 특수성을 감안해 세계적 추세와 다소 맞지 않더라도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모범규준과 기업가정신〓안복현 사장은 “사외이사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정책사안에 대해 기업가적인 이익추구보다는 안정성에 치우쳐 결정을 미루는 경향이 있어 사외이사제 확대는 ‘속도’가 관건인 현대 경영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기원 교수는 “기업가정신과 사기꾼정신(이익은 주로 총수 자신이 챙기고 손실은 주로 주주와 국민에게 부담시키는 정신), 노름꾼정신(능력도 없으면서 총수자리에 앉아 함부로 기업을 운영하는 정신)을 혼동해서는 안되며 사외이사의 역할은 바로 이 사기꾼정신과 노름꾼정신을 막아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선진국도 권장사항"

▽사외이사 과반수 의무화문제〓황인학 연구위원은 “미국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규정에 사외이사 의무비율을 정하지 않고 있으며 일본의 기업지배원칙에서도 이를 장기적 추진과제로 남겨두고 있다”고 주장.

반면 김교수 등은 “모범규준이 사외이사의 숫자만 늘렸을 뿐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김교수는 “모범규준에서는 사외이사로 취임하는 자는 기껏 ‘자신이 기업이나 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없다는 확인서를 제출한다’고 했을 뿐이어서 총수나 경영진이 평소 알고 지내는 인물중에서 얼마든지 고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총수전횡 예방책"

▽집중투표제 도입문제〓집중투표제란 과반수 이사 지분을 가진 주주의 이사선임을 제한하기 위해 주주에게 선임해야 할 이사의 숫자를 곱한 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

김기원교수는 “모범규준은 집중투표제에 관해 실행 여부를 공시케 하고 그에 의해 높은 신용평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총수독재체제하에서는 총수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업이 다소 손해보더라도 얼마든지 이를 감수할 것이므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복현 사장은 이에 대해 “집중투표제는 멕시코 칠레 러시아를 제외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강행규정으로 채택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종전에는 22개주에서 실시했으나 현재는 6개주에서만 실시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감사委 권한 논쟁★

▽감사위원회 권한 확대〓황인학 연구위원은 “감사위원회의 권한이 영미법체계에서 인정되는 적법성 및 재무감사 외에 대륙법 체계에서 인정되는 업무집행의 타당성 감사 등을 포함하고 있다”며 “감사위원회의 권한은 적법성 재무감사 등에 제한하고 업무집행의 타당성 감사는 현저한 부당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원 교수는 이에 대해 “감사위원회의 권한을 확대해 이사회 산하에 두기보다는 감사를 격상시킨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이날 공청회 결과 등을 토대로 9월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해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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