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잠재성장률 2% 불과, 인플레 발생 가능성"

  • 입력 1999년 9월 8일 19시 24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위축되면서 올 상반기 잠재성장률이 2%대로 급락하는 등 우리경제의 성장능력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잠재력이 허약한 상황에서 경기가 이보다 빠르게 회복되면 물가상승을 부추겨 경기가 과열로 치달을 소지가 크다고 한국은행은 우려했다.

한은은 8일 올 상반기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 중반 정도에 불과해 추가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의 공급능력이 조만간 한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최대 능력으로 이보다 실질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수요 증가로 인플레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은 관계자는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7.3%를 기록했지만 이중 6.2%는 98년 뒷걸음질친 몫(-5.8% 성장)을 상쇄한 부분이며 순수한 성장률은 1.1%정도”라면서 “따라서 우리경제가 현 수준에서 물가불안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은 1.5%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실질GDP와 잠재GDP의 차이가 급속히 좁혀지고 있다”면서 “차이가 사라져 생산용량이 한계에 이르면 물가와 국제수지가 나쁜 영향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와 관련, 97년을 기준으로 산출한 올 상반기중 잠재GDP 성장률은 3∼4%대, 실질GDP 성장률은 1∼2% 정도라고 밝혔다.

가파른 경기상승이 인플레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한은이 경고함에 따라 경기과열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95년까지 7%대를 유지해온 잠재성장률은 96년 6.8%, 97년 6%로 떨어졌으며 외환위기 이후 이번에 처음으로 수치가 공개됐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것은 지난해 극심한 경기침체로 건설과 설비투자 등 고정투자가 크게 줄어 우리경제 전체의 공급능력이 축소됐기 때문.

설비투자는 97년 11.3% 감소에 이어 98년에는 38.5%나 줄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97년 평균 13.7%에서 지난해 8.7%로 낮아졌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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