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미쓰이 요구 황당…油化통합법인案 다시 표류할듯

  • 입력 1999년 8월 24일 18시 19분


삼성종합화학과 현대석유화학의 통합법인에 투자키로 한 일본 미쓰이(三井)물산이 터무니없는 전제조건을 제시하고 나서 유화빅딜이 다시 표류하게 됐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산업자원부의 ‘미쓰이 투자제안 문제점분석’문건에 따르면 정부도 미쓰이의 요구수준이 지나쳐 유화빅딜 성사가능성이 불투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쓰이측의 투자제안내용〓미쓰이측은 통합회사의 기업가치를 삼성 현대 두 회사의 컨설팅업체인 아서D리틀과 세동회계법인이 평가한 1조8000억원보다 무려 8000억원이 적은 1조원 수준으로 낮게 평가, 이에 따른 감자(減資)를 요구했다. 미쓰이측은 감자후 채권단과 미쓰이가 통합법인의 지분 51%인 1조510억원을 투자하되 채권단이 5255억원이상(지분 26%이상)을 부채의 출자전환 형식으로 투자할 것을 제안했다.

반면 미쓰이는 채권단의 출자전환 부분을 뺀 5255억원 미만(지분 25%미만)을 일본내 컨소시엄을 통해 투자하겠다고 밝혀 투자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또 1조5000억원을 일본 수출입은행을 통해 융자하되 한국산업은행에 전대차관(轉貸借款)형태로 빌려주고 융자액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의 지급보증까지 요구했으며 삼성과 현대의 기존 채무를 후순위 채권으로 조정, 최우선변제권을 갖도록 요구하는 등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했다.

이밖에 부대조건으로 일본업체로 구성된 수출전담업체를 설립, 통합법인의 수출권을 갖도록 하며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이 각사 1조2000억원 상당의 비핵심 자산까지 인수해가라고 제안했다.

▽미쓰이제안의 문제점〓미쓰이측의 제안은 위험부담과 경영에 대한 책임은 최소화하면서 5000억원(지분 25%미만)정도의 투자로 연간 300억원 이상의 일정 이윤(수출권)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라고 산자부는 분석했다.

이 제안대로라면 특히 통합회사의 제품 수출권을 일본업체가 보유함으로써 총생산의 50%이상을 수출하는 국내 유화업체의 생사가 일본업체의 손에 달리게 된다.

또 산업은행이 출자전환을 통해 경영권을 가질 경우 공적자금이 투입된 최대기업과 그렇지 않은 국내 선발업체들이 경쟁을 해야하는 모순이 생겨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밖에도 채권단 미쓰이 삼성 현대 등 4자간의 지분분산으로 책임경영이 어렵고 미쓰이가 원료구매, 수출권의 수수료를 챙김으로써 통합법인의 채산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산자부는 분석했다.

특히 일본수출입은행에서 융자할 1조5000억원의 금리도 엔화기준 1.9%이지만 환리스크와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실제금리는 10%정도로 뛰어올라 수익개선 효과도 거의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 문건은 특히 미쓰이가 투자가가 아닌 금융중재자로서 실무자(담당부장)명의로 제안서를 제출했을 뿐 미쓰이 본사(이사회)와 일본수출입은행이 승인하지 않은 상태라 우리측이 이번 제안을 수락하더라도 일본수출입은행 및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일본업체의 추가요구가 있을 경우 이를 충족시켜야 유화빅딜 타결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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